北해커, 남한 온라인게임 해킹해 당국에 수입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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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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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북한의 최고 명문대 출신 컴퓨터 전문가들이 남한 범죄조직과 손잡고 국산 온라인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 주요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해킹을 자행해온 의혹이 있었으나, 남한 범죄조직과 협력해 수익목적의 해킹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북한 해커들과 짜고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 ‘던전 앤 파이터’ 게임 서버를 해킹해 게임 아이템을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 배포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모(43)와 이모(40)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정모(37)씨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김모(37)씨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김모(38)씨 등 2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토프로그램 제작, 배포 총책을 맡은 정씨 등은 중국에 온라인게임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놓고 2009년 6월께부터 최근까지 헤이룽장(黑龍江)성과 랴오닝(遼寧省)성 지역으로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명을 불러들였다.
 
 정씨는 이들을 통해 컴퓨터 조작 없이 자동으로 게임을 실행시켜 아이템을 모으는 이른바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해 중국과 한국의 온라인게임 ‘작업장’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오토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거나 직접 운영하는 작업장에서 만든 아이템을 팔아 최소 64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이 중 6억여원을 압수했다.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북한 해커들이 게임서버 포트에 악성코드를 삽입, 서버와 이용자 컴퓨터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인 ‘패킷 정보’의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한 뒤 이를 토대로 만든 오토프로그램을 정씨 등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냈다.
 
 경찰은 "패킷 정보는 게임 실행과 결과 값 등을 담고 있는 게임업체의 핵심 영업비밀로, 해커들은 게임서버와 이 가운데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레벨과 관련된 정보를 골라 오토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족인 이씨 등은 중국 현지에 있는 북한 무역업체인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내각 직속 산하기업 ‘조선콤퓨터쎈터(KCC)’ 직원들과 협의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의 초청의향서를 북한에 보내고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최종 확인까지 받아 북한 해커들을 영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은 북한 무역업체들과 협의해 오토프로그램을 만들 북한 전문가를 미리 정해놓고 정상적인 협력사업처럼 꾸미기 위해 초청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해커들은 이들에게 숙소와 생활비를 받고 5개월께 중국에서 지내며 ‘리니지팀’과 ‘던파팀’, ‘메이플팀’ 등 이씨 등이 원하는 게임별로 5명 안팎의 팀을 꾸려 작업했다.
 
 이씨 등은 컴퓨터를 수십 대씩 갖춰놓고 아이템을 생성해 내다파는 작업장에 오토프로그램을 공급하고서 매달 2만원 안팎의 사용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55%를 북한 해커들에게 넘겼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등 명문대에서 컴퓨터를 배운 북한 해커들은 번 돈 가운데 매달 500달러를 북한 당국에 보낸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속한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의 실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39호실’의 산하기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북한 당국이 컴퓨터 전문가를 대거 동원해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에 깊이 관여하고 무역회사를 가장해 외화벌이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킹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 테러의 우려도 있어 관련된 불법 프로그램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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