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수사(修辭)의 덫'에 빠진 박재완 재정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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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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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호 경제부 기자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사(修辭)의 덫'에 빠졌다. 평소 사자성어나 인용구를 즐겨 사용하기로 유명한 박 장관이 그야말로 '사족'을 달면서 필요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논란은 박 장관이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 도입 등 4가지 외화변동성 규제 장치를 4대강 공사에 비유한데서 불거졌다.

박 장관은 9일 열린 대외경제정책회의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대비해 외화건전성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는데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4대강 공사를 한 것처럼"이라고 언급한 것.

최근 수해를 계기로 4대강 지류·지천 사업 재추진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행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야당 국회의원은 "지류·지천 사업을 놓고 예산 확보에 대해 말이 많은데 국가 재정을 총괄하는 사람이 너무 생각없이 발언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특히 이 사업은 예산 규모가 4대강 사업에 버금가는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당시 '4대강 2차사업'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초 "포퓰리즘적 재정지출은 경계하겠다"며 재정지출 확대에 강한 경계감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4대강 2차 사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는 상황에서 자칫 지류·지천사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경제팀 수장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는 말이나 글을 아름답고 정연하게 만들어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말이나 글에서 수사를 전혀 동원하지 않는다면 말맛이 느껴지지 않아 매우 밋밋할 지도 모른다.

하물며 딱딱한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자린데 오죽하랴.

하지만 수사를 너무 자주 활용하거나 습관처럼 사용하면 이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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