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간부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다음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라고 언급했고 이들 기관에는 몇일 동안 거래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거래자는 예금을 중도에 해지해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를 입기도 했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행해진 것이지만 부실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를 경험한 직후라 거래자들의 동요가 컸던 것이다. 보름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이들 기관의 예금은 순증가세로 전환됐다.
혼란은 수습됐지만 가계부채 문제,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등 대외적 악재, 기준금리 인상 문제 등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금융당국에 서민금융에 대한 정책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흔히 신협,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등은 조합원 및 회원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성·운용하기 때문에 상호금융기관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들 기관은 1960년대에 고리사채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태동했고 이 역할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에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 상호금융기관들이 저신용·저소득자에 대한 서민대출을 등한시하고 안정적인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작년 7월 햇살론을 만들어 이들 기관으로 하여금 취급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햇살론이 시행되면서 상호금융기관에는 20만 명 가까운 저신용자가 새롭게 유입되었고, 이제는 이들 기관에 저신용자 채무자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가계부채 과다 문제와 관련하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출 자제를 주문했고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대출이 상호금융권으로 유입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 기관에 대해서도 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대부업체의 자산규모는 지난 1년 간 20% 이상 급증했다. 대부업체의 총자산 대비 당기순이익은 시중은행 및 상호금융기관의 20배에 육박한다. 이들 대부업체들이 시중은행에서 별 문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수익을 올리고 몸집을 불린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서민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한편,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상호금융기관은 시중은행과 똑같이 건전성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했고 규제는 강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 상호금융기관은 최근 몇 년 간 담보대출 위주로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해 왔고 신용대출과 저신용자대출에는 소극적이었다.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건전성 및 수익성을 중시하는 시장의 평가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기관과 함께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던 저축은행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고위험·고수익의 부동산 PF대출에 눈을 돌렸고, 일부 저신용자 신용대출은 연 40%가 넘는 고금리로 운용하면서 더 이상 서민금융기관이라 하기 곤란해졌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동일인대출한도를 큰 폭으로 확대해줬고, 업무영역 제한도 완화시켜준 바 있다.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있다면 걷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상호금융기관의 감독기관이 일원화되어 있지 않고 감시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본질적인 역할은 ‘금융산업의 건전발전과 육성’에 있다. 서민을 위한 자금의 공급에서 상호금융기관이 수행하는 역할을 감안할 때 이들이 서민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동시에 필요함을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 상호금융기관 스스로도 서민금융 본연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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