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의회의 요구, 이익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했다”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얼마나 논의했다고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밀어붙이려 하나”라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미FTA에 반대한다고 반미 친북주의자로 모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ISD 재협상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 ISD 폐기에 대한 논의 없이는 비준을 허용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에 ISD를 강제로 먹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ISD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하고 있다”며 “청와대 비서가 여당에 날치기를 명령하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내일이 수학능력시험일인데 한미FTA를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많다는 예측 보도가 있다”며 “수험생과 부모들이 마음을 졸이는 내일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든다면 한나라당에 조종(弔鐘)이 울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김효재 정무수석이 한미FTA 반대는 김일성의 길이라고 한다.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독재다”라며 “이명박식 긴급조치 9호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가세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한미 FTA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반해 비주류에선 여권과 타협하자는 온건론이 퍼지고 있다.
강봉균·김성곤·최인기·김동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들은 한미FTA 비준안 발효 즉시 ISD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 의원은 서명운동까지 전개, 당론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정부가 밝힌 피해산업 보전대책을 무용화하지 않으려면 협상을 통해 비준안 처리를 마무리 짓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라며 “양국이 협상의지를 확인한다면 물리적으로 막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야권 통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FTA 문제를 통해 지도부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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