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핵의 극한 조건을 재현하는 실험이 유럽방사광가속기(ESRF)에서 시작됐다고 BBC 뉴스가 11일 보도했다.
프랑스 그르노블 소재 ESRF의 8개 빔 라인 가운데 첫번째 라인인 ID24는 X-선을 이용해 철을 비롯한 지구 핵 성분에 극한 온도와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X-선이 흡수되는 방식을 보고 지구 핵 및 인접지대에서 일어나는 현상, 이를테면 지구의 자기장이 왜 뒤집히는지 등을 밝혀낼 수 있게 된다.
지구의 가장 바깥층인 외각(外殼)은 해저에서 가장 얇아져 10㎞에 불과한 곳도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외각 시추를 계속해 오고 있지만 해수면에서 약 3천㎞ 아래에서부터 시작되는 지핵은 직접 탐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구의 자기장이 어떻게 형성되며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지진의 충격파가 어떻게 지핵을 통과하면서 전파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지핵의 조건을 재현하는 실험이 필요하다.
IE24에서 실시될 실험의 핵심은 두개의 다이아몬드 끝 사이에 아주 작은 물질 표본을 끼워놓아 고도의 압력을 받게 하는 이른바 `다이아몬드 앤빌 셀' 실험이다. 이런 실험에서 표본은 지구 표면에서보다 수백만배나 큰 압력을 받게 된다.
이어 고강도 레이저를 다이아몬드를 통해 표본에 쏘아 온도를 1만℃ 이상으로 가열한 뒤 X-선을 이용해 표본의 정확한 구조와 화학 성분을 알아내게 된다.
최근 성능이 개선된 ID24는 X-선의 초점을 기존 장비보다 훨씬 정밀하게 맞춰 100만분의 1m까지 범위를 좁힐 수 있다.
또 물질 표본이 고온과 고압을 받으면서 보이는 반응을 100만분의 1초 단위로 정밀 관찰할 수 있다.
ESRF는 1억8천만유로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8년에 걸쳐 첨단 장치로 거듭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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