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레임덕 시작됐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서있는 권력기반이 전방위로 요동치고 있다. 이 대통령을 지켜주던 한나라당 ‘홍준표 체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처리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당내 쇄신그룹은 이 대통령을‘타깃’으로 삼아 중립내각 구성 등 국정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조기에 당권을 접수하거나 독자세력화에 나설 태세다. 야당도 대통령과 대화를 거부하고 전면 투쟁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여권의 권력지형 변화에 따라 그 가속화를 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비리, 내곡동 사저 논란, 10·26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 등과 맞물려 이미 레임덕은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다만 여당내 어떤 계파가 실권을 잡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한미 FTA 비준 문제는 한나라당 홍준표 체제의 당 주도권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립성향의 경남권 중진 의원은 16일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여당 지도부의 무능론이 나올 것이고, 처리한다면 제야당의 반발로 정국이 냉각돼 그 책임론이 들끓을 것”이라고 말했다. FTA 비준 문제를 처리해도, 또 처리하지 못해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국민은 당을 완전히 뒤바꾸는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도부는 공천권 등 기득권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지금 상태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현 당권파의 무능·책임론이 불거지면 자연스레 친박(친박근혜)계가 조기에 당권 전면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경북권 한 의원은 “박세일 신당이 나오면 우리당도 전면 쇄신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며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12월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정 안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할 상황도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친이(친이명박)계 한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수렴청정’을 거두고 구원 등판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만약 박근혜 체제가 등장하면 청와대와의 관계설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홍 대표는 평소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대해 “탈당 등을 요구하는 것은 배신의 정치”라며 “끝까지 같이 간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는다면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후 8월 청와대 회동에서 시작된 이 대통령과의 ‘동행’을 끝내고, 향후 대권행보를 위해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쇄신파 의원들의 이 대통령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요구에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동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개혁이 국민의 삶에 직접 다가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 중심 차별화가 그 시작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올 초 사회보장법을 발의하고, 최근 고용과 복지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재벌·성장 위주 ‘MB노믹스’로부터의 차별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이 대통령이 부자증세를 통해 비정규직, 보육 문제 등을 해소하면서 국민의 괴로운 부분을 해결해줘야 한다”며 “연말까지 해결이 안되면 (탈당 요구 등) 미래를 위해 못할 일이 없다”고 경고했다.
 
 친이(친이명박)계의 핵분열도 이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에 한몫할 전망이다. 수도권 친이계 한 의원 측은 “내년 1월께 한나라당 공천이 완료된다면 미공천자는 박세일 신당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탈 규모는 공천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직계 의원들이 신당 등으로 이탈하면 누가 대통령을 지켜줄 것이냐”며 “여당의 힘 만으론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중립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