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그리스 경찰은 고대 유물을 국외로 불법 반출해 밀수하려고 시도한 일당 44명을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유물은 기원전 6세기에서 15세기 중엽인 비잔틴 제국 시기까지 제작된 주화 8000 닢과 보석, 청동 조각상 등이다. 이 유물들은 주로 마케도니아와 테살리아에서 도굴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3일 압수수색 55건을 벌였으며 6개월 전부터 시작한 수사가 정점에 이르러 거둔 성과”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압수된 유물 중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 시절 주조한 은화가 특히 가치 있다고 감정했다. 이 은화는 한 면에 독수리로 묘사된 알렉산더대왕이, 반대 면에는 그의 아버지인 마케도니아 왕 필립2세가 각각 새겨져 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유물 밀반출 사건이 잦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2008년 이래로 경제가 16% 가량 위축하고 청년 실업률이 50%에 근접하면서 유물 밀수 범죄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에는 그리스 국립미술관에서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여인의 머리’(약 550만 유로) 등 유명화가의 작품 3점이 분실됐다. 지난달에는 올림피아 박물관에서 청동 유물과 도기 등 유물 70여 점이 도굴됐다.
한편 국가 채무위기로 초강력 긴축정책을 실시 중인 그리스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이미 발굴한 고고 유적을 다시 매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그리스 언론 보도를 보면 아리스토텔리오대 소속의 미칼리 티베리오스 데살로니키 고고학 교수는 “2년전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발굴한 초기 기독교 바실리카 유적의 복원 작업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유적을 보존하려면 발굴해서 방치하는 것보다 차라리 다시 묻어두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최근 재정적자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주요 박물관과 유적발굴 지원금 등을 대폭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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