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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금융부 기자 |
시행 하루 만이다. 말 앞선 처방이 소비자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감독원은 이를 번복, 석 달 연기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마그네틱(MS) 신용카드도 5월 말까지는 시간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6월 이후 은행 영업시간 중 입출금기(ATM) 사용이 제한된다. 9월부터는 전면 제한된다.
앞서 금감원은 2004년부터 대책반을 꾸려가며 IC카드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기존 마그네틱 카드를 복제가 어려운 IC(집적회로)카드로 교체해 보안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기대감도 높았다. 당국은 당초 2008년 IC카드 100% 전환 목표를 세워 마그네틱 카드의 IC카드로의 교체를 종용했다. 카드업계도 발을 맞추려 총력전을 벌였다지만 당국의 기대엔 못 미쳤다. 지난 8년간 들인 공과 혈세를 생각하면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고려돼야 할 여론은 간과했다. 특히 전체 카드 4900만장 가운데 800만장이 넘는 카드가 IC카드로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 면밀히 준비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기를 정함에 있어 어느 정도 무리수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대국민 홍보를 게을리 한 점 또한 걸림돌이 됐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 번복의 사유를 ‘사전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밝히고, 정책 추진에 있어 앞으로 금융회사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고객불편 사항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TV 광고 등 홍보도 강화키로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 위해 실수를 범한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어찌됐거나 이번 사례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탁상행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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