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프간 중부 바미얀주(州) ‘코흐 에 바바’ 산에서 지난 2일 제2회 아프간 스키 챌린지대회가 열렸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인 10명과 외국인 5명이 선수로 참가한 이 대회 활강 부문에서 19살 동갑내기 현지인 칼릴 레자와 알리 샤흐 파르항이 1,2위를 석권했다. 주민들은 열광했고 현지에 주둔한 연합군은 보도자료까지 냈다.
아프간에서 스키가 부활하기까지 과정은 극적이었다. 원래 아프간에는 자연설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산이 적지 않다. 1960년대까지는 카불에 주재하는 서방 외교관들은 카불 근방에 위치한 아르간데산에서 스키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아프간이 1970년대 말 소련으로부터 침공당한 뒤 30여년간 전쟁과 극단주의 세력의 강압 통치에 시달리면서 스키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또 미니스커트, 히피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서구문화로 분류되면서 스키는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개발기구인 ‘아가 칸’ 재단이 2009년 ‘코흐 에 바바’ 산에서 스키 리조트 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아프간에서 스키가 되살아날 단초를 제공했다. 가난한 현지 주민들에게 겨울철 수입을 제공한다는 명분도 더해졌다.
이 무렵 이 지역을 방문한 스위스 언론인 크리스토프 취르허가 스포츠 저변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스키 챌린지 대회를 기획했다. 취르허는 스폰서를 유치하고, 사재 5000 달러를 투입한 뒤 급구한 선수들을 1개월여 훈련시켜 작년 첫 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관심은 싸늘했으나 이번 2회 대회 때는 달랐다. 소속을 접한 전 세계 스키 선수 수십 명이 취르허에게 참가를 희망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스위스의 유명 시계업체 티쏘도 스폰서 참여를 제의했다.
출전을 희망한 현지 10대 청소년들은 깡통과 널빤지로 만든 스키를 들고 나와 2개월간 열성적으로 훈련했다. 우승 상품으로 745달러 상당의 티쏘 시계와 650달러짜리 고어텍스 재킷을 받은 레자는 “동생들이 나를 영웅으로 대접한다”며 “이번 우승으로 내 결혼 전망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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