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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 입구 전경. |
과거 한국 대기업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때 구미 은행과 협력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구미경제가 어려운 틈을 타 중국 국유상업은행인 교통은행이 한국의 대형 프로젝트 금융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것.
교통은행 서울지점은 앞으로도 한국 내 대형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한국 대기업들과 장기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업무 수준을 향상시키고 영향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사실 교통은행이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005년. 중국은행(1992년), 공상은행(1993년), 건설은행(2003년) 등 다른 중국계 은행에 비하면 진출이 다소 늦은 셈이다. 초창기 직원 수도 중국에서 건너 온 중국인 7명과 한국인 직원 4명을 포함한 1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 진출 7년 만에 교통은행은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며 경쟁력 있는 주요 외국계 은행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 2011년 기준 교통은행 서울지점의 자산은 22억 달러. 직원 1인당 이윤(세전)도 134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 내 외국계 은행 중 2위다(1위는 JP모건). 부실채권(NPL), 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각종 지표 면에서도 외국계 은행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은행이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현지화’ 전략에 따라 한국 기업, 특히 대기업과 장기적 파트너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해왔기 때문.
특히 지난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교통은행에 기회가 됐다. ‘한국 제2의 외환위기’ ‘한국 파산설’ 등 각종 위기론이 쏟아져 나오고 외국계 자금이 모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때 교통은행만큼은 한국 기업의 든든한 자금줄이 돼주었다. 중국인이 흔히 쓰는 말로 ‘설중송탄(雪中送炭`눈 내릴 때 곤경에 처한 이에게 연탄을 보내준다)’이었던 셈이다.
난광허(南光赫) 교통은행 서울지점장은 “당시 외국계 은행 중 교통은행만이 유일무이하게 한국 대기업에게 필요로 하는 자금을 충분히 빌려줬다”며 “이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통은행의 서울지점의 주요 고객은 한국의 전자·자동차·에너지·화공·해운·금융·통신 등 각 업종의 굵직한 대기업들이다. 이제 교통은행에는 거의 매일같이 한국 정부기관, 대기업, 은행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져 들어온다. 한국 시장도 단기 이익 창출에 급급한 구미 은행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중시하는 중국계 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최근 자국의 모든 수출기업에 위안화 무역 결제를 전면 허용한 것도 교통은행 서울지점에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난 지점장은 “지난해 한중 교역액 2500억 달러 중 사실상 위안화 결제액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국에 진출한 중국 5대 은행(중국·공상·건설·교통·농업은행)과 시티은행, HSBC은행, 우리은행 등 총 8곳에서 약 30억 달러의 위안화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향후 중한 양국 간 위안화 결제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양국 정부의 지원, 그리고 위안화 환율 안정 , 중국 자본시장 개방 가속화, 한중 FTA 협상 체결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교통은행 서울지점은 중한 수교 20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 양국 간 경제성장에 힘입어 한국 시장에서 본토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은행’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난 지점장은 "특히 올해 대내외 경제 불안 속에서 '안정적이고 건전한' 경영전략을 추진해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발전전략을 조정하되 기회는 제때 포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08년 설립된 중국 교통은행은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기준 순익이 390억4200만 위안, 총 자산규모 3조9516억 위안에 달했다. 지난 2010년 매출액 기준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44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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