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이거 우즈가 3라운드 15번홀에서 그립을 놓쳤다. 그 오른쪽 뒤편은 동반플레이어 위창수. [미국 SI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백스윙 톱에서 막 내려오는 순간 갤러리가 움직이거나 소음이 발생하거나 볼 옆에 그림자가 졌다. 스윙을 멈추고 싶지만 관성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떤 경우의 수가 있을까.
첫째 소란이나 방해 속에 스윙한다. 둘째 클럽헤드가 볼에 도달가기 전에 스윙을 멈춘다. 셋째 볼에서 50㎝이상 떨어진 엉뚱한 지점으로 헛스윙한다. 이 때 첫째 옵션만 스트로크한 것이다. 둘째와 셋째 옵션은 스트로크로 간주되지 않아 1타가 부과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37·미국)는 첫째와 둘째 옵션을 다 경험했다. 케빈 나(29·타이틀리스트)는 지난해 JT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에서 셋째 옵션을 택했고 논란끝에 ‘무벌타 판정’을 받아 첫 승을 거뒀다.
우즈는 2007년 마스터스 2라운드 때 오거스타내셔널GC 13번홀에서 티샷 스윙에 들어갔으나 새의 그림자가 볼 주변에 어른거렸다. 다운스윙 중이었던 우즈는 볼 바로 앞에서 클럽헤드를 멈췄다. 골프규칙에 ‘클럽헤드가 볼에 도달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자발적으로 다운스윙을 중지할 경우 스트로크하지 않은 것이다’고 돼있다. 당시 폴 케이시는 “시속 130마일의 헤드스피드를 순간적으로 정지시킨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우즈는 “허리는 물론 손목 목 다리가 결딴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우즈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그런 순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가 열린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GC(파72) 15번홀(파4) 티잉그라운드.
2위권에 3타 앞선 우즈가 드라이버샷 스윙에 들어간 후 소동이 벌어졌다. 관전하던 10대 어린이가 갑자기 쓰러지자 곁에 있던 여성이 고함을 지른 것. 놀란 우즈는 그립을 놓쳤고 볼은 훅이 되며 OB로 날아갔다. 더블 보기. 추격자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에게 공동선두 진입을 허용한 우즈는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1타 앞선 단독 1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스코어는 우즈가 합계 11언더파 205타(69·65·71), 2위 맥도웰이 10언더파 206타.
15번홀의 해프닝이 없었다면 우즈는 3타정도 리드한 채 최종라운드를 맞았을 터이다. 두 선수는 26일 오전 3시5분 챔피언조로 우승다툼을 벌인다. 우즈가 우승하지 못하면 이날 소동이 치명적 원인이 될 법하다.
우즈에게 맥도웰은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2010년 자신이 주최한 셰브론 월드챌린지 때의 일. 우즈는 맥도웰에게 4타 앞선 채 최종라운드에 돌입했으나 연장전끝에 맥도웰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두 선수는 최근 스트로크플레이에서 아홉차례 동반플레이를 했다. 그 중 두 번은 스코어가 같았다. 네 번은 우즈, 세 번은 맥도웰의 스코어가 좋았다. 막상막하인 셈. 가장 최근 맞대결은 지난해 마스터스 2라운드 때다. 당시 우즈는 66타, 맥도웰은 73타를 쳤다.
우즈가 미PGA투어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009년 9월 BMW챔피언십이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2년6개월여만에 투어 우승 기회를 맞았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만 여섯 차례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는 세계랭킹 62위 어니 엘스(남아공)는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함께 3위에 자리잡았다. 엘스는 1994∼2011년 18년연속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우즈는 맥도웰 외에도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 엘스, 그와 4타차의 공동 5위 찰스 하웰 3세와 존슨 와그너(이상 미국) 등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1, 2라운드 선두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는 합계 6언더파 210타의 공동 7위로 처졌다. 선두와는 5타차다. 케빈 나(29·타이틀리스트)도 7위다. 최경주(42·SK텔레콤)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은 합계 3언더파 213타로 공동 17위.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