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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마스터스때 한 자리에 모인 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로스(왼쪽부터).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예전에는 500야드짜리 홀에서 드라이버에 이어 웨지로 공략했는데….”
20세기를 풍미한 ‘골프의 전설’들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또래의 일반 골퍼들보다는 잘 치겠지만, 폼이나 기력은 ‘노인’들 그것이었다.
아놀드 파머(83· 미국) 게리 플레이어(77· 남아공) 잭 니클로스(72· 미국)가 지난 마스터스에 이어 다시한번 모였다. 미국PGA 챔피언스투어 인스페리티챔피언십 2라운드 때 마련된 ‘위대한 골프’(Greats of Golf)라는 이벤트성 라운드에 참가한 것이다.
세 사람을 포함해 리 트레비노, 데이브 스톡튼, 진 리틀러 등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시니어 골퍼 9명이 스크램블 방식으로 플레이를 펼쳤다.
주최측에서는 당초 파머- 플레이어- 니클로스조에 트레비노를 넣으려다가 트레비노는 다른 조에 편성했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더 우들랜즈CC에는 4만여명의 갤러리들이 몰렸다. 대부분 갤러리들은 ‘파머- 플레이어- 니클로스’로 구성된 ‘빅3’를 따라다녔다.
세 선수는 때로는 왕년의 샷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한 제스처로 갤러리들의 탄성과 웃음을 자아냈다. 평상시 자신의 나이보다 6∼7언더파를 치는 플레이어는 이날 11번홀(파4)에서 어프로치샷을 홀옆 60㎝에 붙이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니클로스는 13번홀(파5)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며 갤러리들에게 “이 홀은 몇 야드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500야드요”라는 대답과 함께 다른 갤러리가 “드라이버, 웨지?”라고 거들었다. 니클로스는 “한창 때는 그랬지요”라고 화답하며 2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파머는 마지막 홀에서 7.5m퍼트를 홀에 떨구고는 열광하는 갤러리들에게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빅3조는 이날 11언더파로 우승했다. 우승보다도 세 ‘거장’이 한데 모이고, 많은 갤러리들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데 더 의미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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