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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이번 대책에서도 빠진 탓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DTI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DTI를 풀어야 부동산 시장의 수요 심리가 살아난다는 업계의 주장과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뜩이나 국가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제 양측 모두 이같은 원론적인 공방에서 벗어나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DTI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수요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DTI가 부동산 규제가 아닌 금융 규제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DTI는 대출자가 본인의 소득을 감안했을 때 상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도록 하는 수단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아닌 금융권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DTI와 관련된 내용을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 포함시키는 것부터가 넌센스다.
그렇다고 DTI 규제 완화가 불가침의 성역인 것도 아니다.
이미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DTI와 상관없이 상환 여력이 없는 대출자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최근 DTI 규제의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계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이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생계형 신용대출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로 인식돼 왔던 강남 3구조차 더 이상 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 간의 타협이 필요하다.
DTI 규제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실효성이 없는 지역에서는 과감히 폐지하고, 개발 호재로 인해 투가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집을 갖고 있어도 대출이자 부담 때문에 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하우스 푸어’들이 양산되고 있다.
업계와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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