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행기 지연되면 다른 비행기도 못가!' 보상금 목적 진상?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중국 윈난(云南)성 쿤밍(昆明) 공항에서 항공기 출발 지연에 불만을 품은 승객 수십 명이 공항 활주로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상 악화로 지난 5일 저녁 중국 서부(西部)항공 PN6517편 시솽반나(西雙版納)발 쿤밍행 여객기가 본래 도착 시간인 오후 19시 40분보다 4시간 여 뒤인 자정에 쿤밍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연착으로 해당 항공기가 운항 예정이었던 이날 20시 30분 쿤밍발 시솽반나행 PN6518편과 23시55분 쿤밍발 충칭(重慶)행 PN6106 항공편 스케줄이 모두 지연됐다.

문제는 본래 스케줄에 따라 시솽반나행 PN6518편이 자정 넘어 이륙하려고 하자 충칭행 PN6016편 승객들이 해당 항공기의 이륙을 저지하면서 발생했다. 승객들의 저지로 시솽반나행 항공편이 취소되고 이어 충칭행 항공편이 이륙하려고 하자 앞서 취소된 시솽반나행 항공편 승객들이 또 반발하고 나서면서 결국 6일 새벽 두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다.

해당 항공사는 두 항공편의 승객 300여명을 근처 호텔에 투숙하도록 했으나 승객 30여명은 호텔에 투숙하지 않고 공항 대기실에 남겠다고 주장했다. 6일 새벽 6시 30분경 쿤밍 공항 일부 항공편이 다시 탑승 수속을 시작하자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이들 승객 30여명이 다른 항공편 승객의 탑승을 저지했다. 심지어 탑승게이트를 무작정 뚫고 들어가 공항 활주로에 무단 난입해 “우리가 못 가면 다른 비행기도 못 간다”고 난동을 피웠다.

결국 공항 관계자와 민항국 측에서 나서 사태를 수습하면서 이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해당 승객들이 공항을 이륙했으며, 항공사 측에서는 이번 항공기 지연에 따른 보상금을 승객에게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중국 내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승객들이 난동을 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에만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과 광저우(廣州) 바이윈(白雲) 공항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승객들이 이처럼 항공기 출발 지연에 난동을 피우는 주된 이유로 중국 내 항공편 지연에 대한 통일된 보상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중국 민항국에서는 항공편이 4시간 이상 지연될 경우 승객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는 규정했으나 구체적인 보상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항공사마다 자체적으로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내 항공사 한 관계자는 “실제로 승객들이 난동을 피우면 피울수록 보상금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바로 승객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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