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하반기 길목으로 접어드는 7월 경제지표에 잇달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 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3%대 성장률 유지에도 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이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전의 재정 투자만으로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달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동안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로 간신히 버텼지만 갑자기 고꾸라진 수출로 7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커졌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를 집계한 결과, 44억7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말에 수출 물량이 집중된다고 해도 이달 무역수지는 적자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1% 정도 줄어들었다.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주요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화학의 수출증가세가 둔화한 데다 곡물가격이 뛰면서 수입 물가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2012년 하반기 수출 전망’을 통해 조선 업계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8%, 철강은 13.9%, 석유화학은 5.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 업종들은 이미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 20% 이상 급감했다.
철강 업종은 전방 산업인 조선·자동차 업종의 불황으로 하반기 수출이 10% 이상이나 감소할 것으로, 석유화학 업종도 수출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의 침체조짐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 침체로 국내 경기의 둔화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유럽 위기의 해결 정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부진한 흐름이 계속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꽁꽁 닫힌 지갑…소비심리도 악화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의 급격한 둔화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민간소비 증가폭은 0.5%를 기록, 1분기 증가율에 비해 반토막났다.
특히 소매판매액은 4월에 전월 대비 0.9%, 5월에 0.7%씩 증가하다 6월에는 -0.5%로 추락했다.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 역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5년 이래 최악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제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심리 역시 기준치에 턱걸이했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5월 105를 고점으로 6월 101, 7월 100으로 하락했다.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6개월 후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에 해외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1%대로 낮췄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2.2%)보다 낮은 수치다.
이렇듯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자 경기부양 카드로 추가경정예산 편성논의는 활발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에 이어 여당도 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하는 등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2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세계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풀면 효과도 작고 경제체질만 허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도 같은 날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하반기 경제운영 계획에서 밝혔듯이 8조5000억의 추가 재정 투자를 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더 많게 8조5000억원 플러스 알파로 재정지출을 보강하겠다”며“현재 재정부 내에서 추경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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