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영화배우로서의 그의 인생은 ‘용서받지 못한 자’‘백만달러 베이비’ 등의 영화를 제작해 감독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 또 예술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은 그가 이처럼 한 평생을 영화와 예술과 함께 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스트우드나 다른 미국의 대중예술인들은 미국 정치와 자유롭지는 않았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베트남으로 날라가 미군들을 상대로 반전·반미 선동 방송까지 했던 ‘하노이 제인(영화배우 제인 폰다)’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스트우드는 제인 폰다만큼 좌우 편향의 정치노선을 걷지는 않았다. 60년전인 지난 195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에 투표하기 위해 공화당원으로 처음 등록을 했다. 이후 70년대 초반 닉슨 행정부 초임까지 공화당을 지지해왔지만, 닉슨의 베트남 전쟁 처리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보수 공화당과는 등을 돌리게 된다.
이후 민주당 인사와 가깝게 지낸 편이지만 인터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난 독립적인 자유 정치 성향”이라고 말해 왔다. 1986년 캘리포니아의 인구 4000명의 작은 부촌 ‘캐멀 바이 더 시’의 시장 선거에 나와 당선되었을 때 이스트우드의 가장 대표적인 공약중 하나가 ‘공공장소에서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한 법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이스트우드는 지난 2002년 진보적인 환경주의자 샘 파르 연방하원의원(캘리포니아)을 지지하는 등 민주계쪽과 인연을 맺었다. 다음 해도 민주당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선거자금 모금 캠프도 주도하는 등 민주당 인사를 도와줬다.
이스트우드는 많은 공화당 인사들과 달리 한국, 베트남, 가장 최근 벌어진 이라크 전쟁 등 미군이 전면적으로 개입한 해외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 정부가 해외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밝혀왔다. .
이러던 그의 성향은 지난 2008년 대선에서 30년 넘게 지기였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막을 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이스트우드가 출연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아마도 롬니 측에서 깜짝쇼를 원했는지 아니면 등장 직전에 스케줄이 확정됐을 수도 있다.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서 빈 나무의자(버락 오마마 대통령을 뜻함)를 옆에 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그의 행동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연설원고도 없이 증흑적으로 약 12분간 단상을 지킨 이스트우드를 향해 일부에서는 ‘성의 없는 중얼거림’이라는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는 공화당 유력 인사도 이스트우드를 비난했다. 위스콘신 스콧 워커 주지사는 “이스트우드의 연설을 듣는 그 순간에 걱정이 돼서 움찔했다”고 밝혔다.
빈 나무의자를 바라보고 말을 한 이스트우드의 행동을 ‘이스트우딩(Esastwooding)’으로 부른 신조어도 생겨난 이번 해프닝은 일단 공화당 롬니로서는 큰 득이 된 것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적지 않은 주요 언론 정치 평론가들도 “전당대회에서 이런 일(즉흥적이고 성의 없는 연설)을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연설 초두에 한 “할리우드하면 민주당, 좌파 예술인만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다. 적지 않는 보수 인사들이 존재한다”는 말은 분명히 영향력이 있다는 평가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를 중심으로 올들어 버락 오바마 캠프가 수천만달러의 선거자금을 할리우드에서 모금해왔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어떤 깜짝쇼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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