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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
그 중 하나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제 폐지라고 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경찰과 검찰이 강제조사해 기업에는 벌금을 가하고 임직원을 형사처벌하자는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법률전문가의 80.1%가 전속고발제 폐지에 찬성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세인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누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공정위 잘못이 크다. 공정위는 일면 공정거래법을 큰 수고없이 집행하려는 생각에서 담합은 시장경제 제1의 공적이고 무조건 위법인 것처럼 강조해왔다.
불공정거래행위 등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결과 문제된 기업활동이 정말로 경제와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지 세세히 따지지 않고도 쉽게 제재할 수 있었다. 중요한 형평성 문제를 간과하는 듯한 일도 종종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학계에서도 개선 논란이 뜨겁다. 이제는 경찰과 검찰까지 한몫 거들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문제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다.
미국에서는 법무부가 담합 제재의 주역인 것은 사실이지만 독점금지법 제정 당시부터 일을 맡았던 역사적 이유 때문이지 연방거래위원회(FTC)보다 나아서가 아니다. 이를테면 미국 대통령 경호를 역사적 이유로 오랫동안 재무부가 담당해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형사처벌 위주로 나가면 적어도 억지력은 커질 수도 있다. 국민 대부분이 잠재적 형사범법자가 되어버린 규제의 과잉 속에서 검찰권 비대화가 논란되고 형벌의 보충성과 비범죄화의 요청이 가열되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더라도 실제 기업 임직원이 교도소에 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정위가 최근 10년간 대기업의 가격담합 등 279건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들 중 자유형에 처해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기업은 수천만원, 임원은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마무리됐다. 실제 효과를 보는 것은 공정위가 부과하는 수백억원의 과징금 뿐이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과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를 교정하는 방법은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한편, 잘 설계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것임이 정립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다.
전속고발제 폐지가 거론되는 것은 공정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무분별하게 행사한다는 시민사회의 우려와 견제의 필요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상당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속고발제 폐지보단 공정위가 권한을 보다 전문화하면서 필요 시 신속·과감하게 행사하도록 민주적인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절실해 보인다.
이를테면 공정위의 조사와 결정에 민간 전문역량을 활용하고 동시에 시민참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법원도 국민참여재판과 같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라면 규제기관을 자꾸 늘리는 것보다는 시민사회의 참여를 늘려서 공정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편이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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