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HTC·야후, 한국 떠나는 'IT 3인방'..알고보니 퇴출 이유가

  • 국내 시장서 유독 약한 모습.."IT시장에 적응 실패"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모토로라모빌리티가 지난 10일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사업부를 전격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도 지난 7월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 야후코리아는 지난 10월 국내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검색시장 점유율 1위였던 위상을 감안하면 초라한 퇴장이다.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과거 전 세계 시장을 평정했던 모습과 달리 줄줄이 국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들이 전성기 때의 성과를 재현하지 못하며 전체적인 실적 부진에 빠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들이 국내 철수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IT시장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모토로라, HTC, 야후는 모두 국내 시장에서 다른 대형 업체들에 밀려 성과가 부진했거나 짧은 호황에 그쳐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토로라는 과거 2세대 일반 휴대전화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굳건한 지위를 유지했다.

국내 시장에 '스타택' 등 히트작을 출시하며 한때 '스타택 신드롬'을 만들어낸 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에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2009년 5%였던 시장점유율은 줄곧 하락해 올해 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모토로라는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재기를 자신했었다.

모토로라코리아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 시장 진출이 수년에 그친 HTC와 다르다"며 "수십년간 한국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HTC와 기술력, 성과 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8월 세계 스마트폰시장 중 한 곳인 중국사업부 축소 방침에도 불구하고 무사할 것이라는 안일함까지 더해져 해를 못 넘기고 철수하기로 결정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제 모토로라는 노키아와 함께 '스마트폰 시대의 부적응자'라는 불명예에 한층 가까워졌다.

야후는 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시작하던 시절에만 해도 전 세계 시장에서 인터넷 서비스의 표준으로 불렸지만, 올 연말 국내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변화하는 국내 인터넷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2000년 초반 국내 포털 업체에 내준 선두자리를 다시는 되찾지 못한 채 점유율 1% 안팎에 그쳤다.

국내 한 포털 업체 직원은 "야후코리아는 국내 사용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조악한 디자인과 구성을 갖췄었다"며 "클릭 수를 높이려는 콘텐츠 표출 방식도 성인물 사이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IT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로 현지화 서비스 실패, 보조금 정책 등 가운데 마케팅의 적극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를 지난 9월 출시하며 한국을 비롯한 홍콩, 인도네시아, 남아공, 중국, 미국 등에서 대규모 '월드 투어'를 진행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모토로라, HTC, 야후 등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변변한 마케팅 행사를 펼치지 못한 것이 점유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실패한 해외 업체들로 인해 국내 업체나 소비자에게 특별한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에서 활동 중인 이지수 미국 변호사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업체들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돌아갈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모토로라의 경우처럼 이미 시장에서 선택을 외면당한 업체들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예상되는 피해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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