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기업들이 실적 개선에 매진한 결과 납부해야 할 법인세도 늘어난 것이다. '기업이 잘 돼야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가 입증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 논란의 한 축인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2일 아주경제가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받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15개사의 올해 결산실적 추정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법인세 비용 총액은 16조602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은 지난해 3조4249억원보다 81%가량 급증한 6조193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는 2조6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04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아차도 지난해보다 3031억원 늘어난 1조505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대모비스(1조746억원), 삼성생명(3255억원), LG전자(3068억원) 등도 법인세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포스코(9630억원), LG화학(4196억원), SK텔레콤(4645억원)은 업황 부진으로 법인세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신한금융지주(8583억원), KB금융지주(6541억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줄었다.
법인세 규모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SK이노베이션으로 지난해 1조1328억원의 절반 수준인 5264억원으로 추산됐다. 현대중공업도 67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유효법인세율은 20.8%로 전년의 19.9%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포스코는 22.3%에서 27.3%로 상승했으며, 기아차도 25.5%에서 26.5%로 1.0%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생명은 19.5%에서 23.5%로, 신한금융지주는 21.9%에서 25.5%로, SK이노베이션은 26.3%에서 27.7%로 각각 상승했다. SK텔레콤은 31.1%로 조사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유효법인세율이 30%를 넘어섰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이 나름대로 선전하면서 법인세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 주장은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대기업을 부자로 인식하고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세부담을 늘리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이해"라며 "법인세를 올리면 근로자 임금 하락, 주주 배당금 감소, 제품가격 상승 등으로 부담이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에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혁부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세제팀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기업 관련 증세를 자제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세수 증대로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와 세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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