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김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전개되어 온 지난 5년간의 변화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지탱되어온 중앙은행의 기능에 대한 인식의 일대 변혁의 시기였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총재는 선진국의 양적완화(QE)를 사례로 들면서, “(선진국의 경우) 금리를 더 이상 금리를 더 이상 낮게 조정하지 못하는 현실적 제약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시도해, 경제주체들의 활동을 적절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선진국의 통화정책기조의 변화와 함께, 최근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타깃팅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이와 관련해 "오랜 기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제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 정책을 시도하려는 노력도 최근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연 이러한 시도들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 역시 기존의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어느 것이 더 적절하다 평가하기에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어느 하나의 잣대에 매달려서 중앙은행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역할 및 통화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날 김 총재는 새해를 맞는 각오로 “유능한 중앙은행을 만드는 것보다 더 우선한 명제는 없다”면서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의 유수 중앙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글로벌 BOK(Global Bank Of Korea)'라는 목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함이며, 이 명제는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한편 김 총재는 한은의 변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내와 글로벌 시각의 균형, 정보 공유 및 외부와의 소통 강화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신년사 말미에 그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면서 "그러나 금세기 최대의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이 오랜 세월 경직된 조직에서 살아온 우리들로서는, 현재의 이와 같은 난국을 헤쳐 나아가기 위해서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함께 빨리’ 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자세의 변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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