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일 처리한 새해 예산안은 우리나라가 ‘보편복지 시대’로 접어든 신호탄이다.
올해 예산안 342조5000억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97조1000억원, 여기에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주요 복지공약을 중심으로 약 2조2000억원이 증액되었으며 민간에 사업을 위탁하고 정부가 금리를 보전해주는 방식의 복지사업 규모 약 5조원을 더하면 실제 복지예산은 100조원을 가뿐히 넘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조세개혁특위를 설치키로 합의하면서 사실상 직접증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세율과 과세표준 조정 없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간접증세’를 주장해 왔다.
2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새 정부는 소득세, 법인세 등 박 당선인 공약 이행을 위해 세법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지난달 28일 의결된 세법개정안에서도 소득세 등 일부 세법이 정부안보다 세금 비율을 높인 수정안이 통과됐다. 실질적인 증세를 위한 행보인 셈이다. 재정부는 내년 세법개정으로 약 4500억원 세수효과를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최고 38% 세율을 적용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이하 금종세)는 현재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춰져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높아졌다.
금종세가 2000만원으로 낮아질 경우 과세 대상자는 5만여명에서 20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연간 약 32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박 당선인의 재원 확충 방안으로 거론된 ‘국채발행’은 막바지 조율 끝에 발행하지 않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 예산처리에 앞서 새누리당이 국채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이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장 언론의 관심을 받은 부분이 국채발행”이라며 “추가 국채발행은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증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내걸은 복지공약에 소요되는 연 27조원 재원조달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비과세나 감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절감 등을 모두 동원해도 연 10조원 이상 세수 확대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박 당선인이 보유한 예산 규모는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연 27조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한 출발인 셈이다.
또 새누리당은 수상한 금융거래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FIU법안’을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증세보다 세수를 확보하는데 효율적이라면서도 예산 지출의 범위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간접증세가)재원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재정 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지 범위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원 조달방식도 더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현재 주장하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증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조세 부담을 늘려 미래 재정소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복지 지출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최근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을 위해 어느 정도 재정 지출은 불가피 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세는 당장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간접증세가 재원 마련에 단 기적으로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내 경기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보다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경기 활력이 저하돼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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