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실물기업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경제민주화를 후순위로 밀어내고 안정과 성장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이 첫 인수위 회의에서 "국민 안정과 경제부흥을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표명한 만큼 인수위 경제분과 라인은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 선제적인 경기 대응책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인수위 '경기부양책' 적극 검토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날 "올 상반기에 위기요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돼 당분간 위기관리와 민생안정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본다"며 "경기부양, 중견·중소기업 지원 등이 우선되고 재벌개혁은 후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경기진작책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 경제 성장이 멈춘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 낮춘 3%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 위기에 처하면서 우리 경제도 잠재수준을 밑도는 저성장 경로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투자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설비·건설투자 등 총자본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2분기에는 -1.6%, 3분기에는 –2.3%로 곤두박질쳤다. 수출과 소비 진작의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투자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선 성장, 후 복지'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인수위는 경제민주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경기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세분화해 사안별·완급별로 처리하는 단계적 접근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규제완화, 골목상권 보호 등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선행하고, 대기업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후순위로 밀어내는 식이다.
이미 인수위에는 '성장 우선주의'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다. 강석훈·안종범 의원, 홍기택 중앙대 교수, 서승환 연세대 교수 등이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했으며, 안 의원은 2007년 '줄푸세' 공약을 입안한 대표적인 성장론자다.
반면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김종인 전 행복추진위원장 등은 인수위에 들어오지 못했다.
◆조기 추경 통한 경기대응 가능성
이와 함께 인수위는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카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인수위가 당장 1∼2월 추경 편성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새누리당과 3월께 추경 편성을 목표로 협의할 가능성은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복지 확충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6조원 규모의 '박근혜 예산'을 추진했지만 2조2000억원을 반영하는 데 그쳤다. 또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의 60%를 상반기에 집행키로 한 상황이어서 하반기 경기 둔화 대응을 위한 재정 여력이 부족한 것도 추경 조기편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유럽발 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예상 등 대외적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이럴 때 고통받는 것은 서민들"이라며 "추경을 해야 경기를 띄울 수 있고 그래야 세수도 늘려 복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성장전략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대규모 재정투입이 필요한 복지공약을 폐기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선 신산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 우선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 과실이 경제민주화를 통해 복지 확대로 이어지는 경제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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