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국내로 자금이 선순환될 수 있는 개인과 기관이 아닌 외국인에게 돌아갈 배당자금 규모가 추세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외국인만의 배당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문제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시총 20위 기업 중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늘리거나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13개 기업(S-OIL, 한국전력, SK하이닉스 제외)인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보통주 1주당 7500원 현금 배당을 하기로 했다. 총 배당금만 1조1312억원으로 전년 7170억원을 40% 넘게 상회할 전망이다.
작년 4분기 엔저 현상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영업이익이 10%가량 하회한 현대차는 2011년 3662억원에서 작년엔 5208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기아차도 2421억원에서 2632억으로 증가했다.
아직 실적배당을 확정짓지 않은 시총 20위권 내 상장사들도 예상 및 확정 주당 배당금은 대부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시총 20개사 중 주당 배당금이 감소할 것으로 발표하거나 예상된 상장사는 우리금융, 포스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4개사에 불과하다.
문제는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며 외국인에게 빠져나가는 자금규모가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밝힌 한국거래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시총 20대 기업 총 배당액은 24조4948억원에 달했다. 이 중 외국인에게 절반가량인 10조629억원이 지급됐다.
이처럼 외국인 배당금이 급증한 것은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외국인이 증시 100개 시총 상위사에 투자한 규모는 138조7328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44조8713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가는 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외국인의 지분율은 2008년 43.1%에서 2011년 50.4%로 7.3%포인트가량 높아졌고, 현대차 역시 이 기간 26.6%에서 42.2%로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보면 외국인 지분율 50%를 기준으로 배당금을 계산하면 외국인이 받는 배당은 약 5700억원 규모다.
특히 지난해 투자주체별 매매를 보면 개인의 삼성전자 투자 성과가 저조했다는 게 드러난다. 지난해 1월 2일부터 12월 26일까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는 동안 개인은 오히려 팔았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를 1조6643억원가량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33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가격이 비싸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렵다며 액면분할에 대한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또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배당규모가 높아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시총 대비 편입 비중을 제한하고 있는 10%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향후 외국인의 국내 기업 공격적 투자와 배당 욕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배당 기여도는 13.1%로 글로벌 평균치인 21.1%보다 8%포인트가량 낮다. 최근 시티그룹이 낸 보고서에도 국내 상장기업 배당성향은 국내 기업 수익성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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