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올해 국내 채권시장은 보수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미국, 유럽 등의 경기 상황이 호전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적어졌기 때문이죠. 이럴수록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박천석 전 ING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원화 채권의 매력 저하와 신용채권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같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박 전 본부장은 ING자산운용 한국법인의 설립초기 멤버로서 삼성생명·자산운용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채권운용 실무에 종사한 채권운용 전문가다. 현재는 현업에서 물러나 금융투자교육원의 채권 교육을 맡고 있다.
올해 국내 채권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한국 채권시장의 저금리 현상 지속·유로존 경기 저점 탈출에 따른 글로벌 채권자금의 이동·미국과 중국의 성장 등으로 채권을 통해 큰 수익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리나라도 하반기부터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희박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보험사 및 연기금, 증권 등 주요 금융기관들의 투자수요가 대체투자상품(AI)과 해외채권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귀띔이다.
다만 박 전 본부장은 금리의 주요 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원·달러 환율이 1070원 전후에서 움직인다면 무난할 것으로 보지만 “환율이 1050원 밑으로 떨어졌을 경우 금리인하 카드가 최후의 해결책으로 쓰일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국내 채권시장은 박스권 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때일수록 그는 국내 신용채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잔치인 국채 위주의 시장에서 저신용 채권이 소화되도록 리테일 수요를 증대시키고 하이일드·벌처펀드 등의 안전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쏠림 현상이 커 1998년 대우사태, 2003년 카드사태, 지난해 웅진사태 등 이벤트가 발생하면 신용채권은 거래가 끊기고 저신용 기업들은 더욱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박 전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만에 사모펀드(PEF) 시장이 급성장했듯이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창구인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벌처펀드의 도입으로 한계기업의 회생이 용이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테일 수요의 부진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높고 은행에서는 이자율 높은 특판 예금이 출시되는 등 채권펀드 수익률에 만족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위험조정수익률의 경우 주식대비 국채 수익률이 최근 1년은 3배, 3년은 10배가 높았음을 볼 때 “주식처럼 꾸준한 관심을 갖고 채권투자의 기회를 본다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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