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氣를 살리자> 불황의 터널 끝은 어디…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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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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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이학수(40)씨는 결혼 후 6년 만인 지난 2008년 2월, 반월세에서 전세로 옮겼습니다. 알뜰하게 모아온 1억2000만원으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전용면적 69㎡(옛 24평)짜리 아파트 전셋집에 살게 된 것이죠. 당시 이씨 가족은 앞으로 5년 뒤 열심히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하리라 굳은 결심을 했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집 없는 서민입니다. 아니 그 새 한번 이사도 하고 빚까지 졌으니 상황은 더 안 좋아진 셈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집주인은 2년 뒤인 2010년 2월 전셋값으로 4000만원 추가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외벌이인 이씨가 2년 동안 생활비 외에 저축한 돈은 2000만원. 집을 사기는커녕 올려줘야 할 전셋값도 모자란 형편입니다. 결국 이씨는 전세대출 2000만원을 받았답니다. 하지만 또다시 2년 재계약 기간이 돌아왔고, 집주인은 이번에도 3000만원을 올려받겠답니다. 고심 끝에 이씨는 가족과 상의해 '탈서울'을 결정했고, 얼마 전 경기도 김포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전세난민'이 된 것이죠.

이씨는 그나마 다행이랍니다.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무리하게 집을 산 주변 사람들 중 지금은 하우스푸어가 된 이들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답니다. 또 건설사 협력사인 이씨의 회사는 5년 새 직원이 200여명에서 100여명으로 줄었답니다.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라며 이씨는 한숨을 내쉽니다.

단지 이씨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기 한파가 계속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집 없는 서러움은 이제 집 있는 서러움으로 바꿨고, 가파르게 치솟은 전·월세 부담에 서민들의 얼굴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습니다.

2008년 급등하는 집값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였던 서민들이 정확히 5년 뒤인 현재, 무섭게 오르는 전·월셋값에 또다시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약 5년(조사기간 2008년 2월~2012년 2월)동안 전국의 전셋값은 37% 올랐습니다. 5대 광역시는 46.32%, 시·도는 51.28%가 뛰었답니다. 이 정도면 '폭등'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겠군요.

집값은 어떨까요. 서울 강남, 그리고 중대형 평수는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 -4.39%, 경기 -7.35%, 신도시 -14.26%를 기록했으니까요. 주택 거래량도 뚝 떨어졌습니다. 국토해양부 조사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만7070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건설업도 위기입니다. 시공능력 100위 안에 포함된 건설사 중 21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젊은 직장인들은 일자리를 잃어야했습니다. 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조사를 보면 2009년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 임직원들은 10명 중 7명꼴로 해고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다행히 시장을 되살리려는 새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합니다. 본지는 위기에 처한 건설·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새 정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 '부동산 기(氣)를 살리자'를 4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관련기사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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