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비정상적이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시장은 반색하고 있다. 시장을 정상화시킬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핵심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수장에 시장주의자로 평가받는 현오석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과 서승환 전 연세대 교수가 각각 내정된 것도 고무적이다. 시장은 이를 규제완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은 거래 활성화보다 주거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구나 섣불리 대책을 내놓을 경우 보금자리주택처럼 시장 질서를 무너트릴 수 있어 신중한 상황이다.
또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은 구제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기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서도 이렇다할 만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핵심 공약은 △'행복주택' 20만호 공급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보유 주택 지분 매각제 △주택 취득세율 감면·연장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월세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다.
이 중 취득세율 감면 연장은 아직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1월 계약분부터 소급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적용기간이 6개월로 짧아 이후 거래시장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이명박 정부 때도 몇 차례에 걸쳐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이지만 매번 국회 입법과정에 가로막혀 왔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는 한시적으로 상한제를 둬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계속 거론돼 왔지만 반대의견이 많아 논란의 불씨만 남겨 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1년간 연장돼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 그러나 영구 폐지가 아닌 한시적 시행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울 소지가 크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영구 폐지는 분양가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반발이 거세 관련법 개정이 가능할 지 장담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행복주택 연 4만호씩 20만호 공급계획은 서민 주거 안정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질적 저하·재원 부족 우려를 낳고 있다. 행복주택은 철도용지 위에 인공 대지를 조성해 짓는 임대주택으로, 주변 시세보다 최대 절반 값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에 팔 수 있게 하는 보유 주택 지분 매각제는 현실화되면 하우스푸어들의 매물 압박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가 세입자들의 월세를 보증함에 따라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렌트푸어 대책인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대출금이 많아 전세가 안 나가는 일부 주택에 대해 거래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전망이다. 하지만 사실상 월세와 비슷한 제도여서 세입자들의 선호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박 당선인 공약은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보다 주거 복지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부동산 경기 진작에 실질적 영향을 주긴 어렵다"며 "주거 복지와 거래량 증가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손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정부는 올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 중 임대와 분양 비율을 80대 20으로 설정, 분양주택 규모를 크게 줄였다. 박 당선인도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위주 재편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는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이다. 그동안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분양을 어렵게 하고, 분양가 인하를 압박해 건설업계 경영난이 가중됐다며 불만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을 구제할 만한 구체적 대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새 정부 인수위 측에서 거론한 건설산업 경기 진작 방안은 지역건설 투자, 중소기업 육성, 최저가 낙찰제 개선, 분할 분리 발주 확대 등이 전부다.
이충렬 대한건설협회 기획조정실장은 "지금 건설시장은 악화될대로 악화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건설산업을 지원·육성할 전문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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