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4일부터 ‘주간연속2교대’ 첫 시행

밤샘근무 없이 근로시간 단축해 근로환경 개선될 듯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현대·기아차가 밤샘근무 없는 주간연속2교대를 본격 시행한다. 지난 2003년 노사가 근무형태 변경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4일 아침 첫 출근조를 시작으로 국내 전 공장에서 일제히 주간연속2교대 체제를 가동한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주간연속2교대 시행에 최종 합의하고, 지난 6개월간 세부 논의와 설비투자를 진행한 끝에 예정대로 이날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키로 했다.

현대·기아차 근무형태가 기존 주야2교대(10+10)에서 주간연속2교대(8+9)로 전환되면서 근로자 1인당 하루 근로시간이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연간(230일 기준) 근로시간은 근로자 개인당 평균 236시간(11%)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함께 시·종업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조정하고, 잔업(2개조 기준)을 하루 4시간에서 1시간가량으로 대폭 줄이는 등 밤샘근무 관행도 없어진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가 1967년 현대차 울산공장 준공 이후 지난 46년간 유지해 온 주야2교대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작업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 우려에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생산능력 유지 방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생산성 향상(UPH UP)과 추가 작업시간 확보 등을 통해 생산능력 유지에 협조했고, 회사는 근로자들의 임금 안정성 증대 측면에서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기존과 동일하게 임금을 보전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울산·아산공장의 시간당 생산속도(UPH)를 30대(402대→432대) 끌어올리는 등 생산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휴게시간 조정 등 기존의 비가동시간 일부를 작업시간으로 돌려 추가 근로시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18.5만대 생산능력 감소분을 만회하기로 했다. 기아차 노사 역시 소하리·화성·광주공장 전체 시간당 생산속도를 30대(308.3대→338.3대)로 높이고, 일부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해 17.9만대 생산능력 감소분을 모두 만회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노사가 기존의 생산능력을 모두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부품 협력사들도 물량 감소 우려 없이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 시행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생활방식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가 지난 1월 2주간의 시범운영을 마친 뒤 실시한 설문조사(생산직 1만5000여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다양한 여가생활을 기대했다.

주간연속2교대는 울산∙아산∙화성∙광주 등 현대∙기아차 공장이 위치한 6개 도시와 주변지역의 풍속도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생산직 5만명과 가족 등 직간접 관련 인원 20여만명은 가족과 함께하는 적극적인 여가생활의 주체로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심야근무 해소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돼 생활 만족도와 회사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제조 경쟁력 강화에 힘써 노사가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