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日지진 2년> 아이들 사라진 마을엔 노인들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3-03 11: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日지진 2년> 아이들 사라진 마을엔 노인들만

'0.682μ㏜/h'기자가 2일 오전 11시께 후쿠시마(福島)현 이타테무라(飯館村)를 찾아갔을 때 도로변에 설치된 방사선량 측정계에 표시된 수치는 '시간당 0.682 마이크로시버트'였다. 도쿄(시간당 0.05 마이크로시버트)의 10배 이상이다. 순간적이긴 하지만 '여기 이렇게 서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만큼 높은 수치였다. 

이타테무라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서쪽으로 40㎞ 떨어져 있지만 풍향 탓에 방사선량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주민 6천여명은 대지진 2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인적
이 거의 끊긴 이타테무라에선 2일에도 오염 제거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이 가끔 눈에띌 뿐이었다. 

이타테무라 주민 중 한명인 이마노 도쿠에(今野トクエ·82) 할머니는 자녀들과
떨어진 채 인근 니혼마쓰(二本松)시에 있는 임시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다리를 다친 이마노 할머니는 "나라에서 지원금도 나오고, 가설주택은 춥지도 않지만 혼자 사는게 지긋지긋하다"며 "하루빨리 손주들도 보고 논·밭에 나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마노 할머니의 자식·손주들이 피난한 미나미소마(南相馬)시는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북쪽으로 20㎞ 거리지만, 이타테무라보다는 방사선량이 낮아서 피난지에서복귀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미나미소마시 하라마치에서 '락짱 김치' 가게를 운영하는 재일한국인 정락순(55
)씨도 대지진 직후 일본인 남편, 아들과 함께 야마가타(山形)현으로 피했다가 4개월만인 2011년 7월에 돌아왔다. 그녀의 김치 맛을 잊지 못하고 연일 전화를 건 미나미소마 주민들의 성화 때문이다. 

충남 서산이 고향이라는 정씨는 "한 할머니는 대지진 충격으로 도통 식사를 못
하다가 내가 만든 김치 덕에 밥을 먹게 됐다고 울더라"라며 "방사능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 옆에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나미소마에는 정씨의 중학생 아들처럼 어린 학생들도 돌아와서 학교에 다니고있다. 작년 봄 이후 이 지역 초등학생 약 220명, 중학생 약 70명이 복귀했다. 조금만 바람이 심하게 불면 마스크부터 찾아 쓰는 불안한 생활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활기가 넘치는 듯했다. 

노인들만 먼저 복귀한 마을도 있다고 한다.
원전 남서쪽 지역인 가와우치무라(川內村)는 피난 지시를 받은 원전 주변 12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먼저 귀향을 선언한 마을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덕에공장을 유치했고, 근로자용으로 마을 역사상 처음으로 아파트도 지었다. 

하지만 엔도 유코(遠藤雄幸) 촌장을 따라서 복귀한 것은 주민 3천명 중 400명뿐
이다. 피난지를 오가는 주민을 포함해도 1천100명에 불과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귀환을 꺼린 탓에 복귀한 주민의 80%는 50세 이상이다. 

가와우치무라 초등학교의 학생은 지진 전 114명에서 현재 16명으로 줄었다. 4월에는 신입생 7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방사선 피해가 심한 원전 북쪽 지역에는 신입생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학교
도 생기고 있다. 기자가 2일 찾아간 미나미소마시의 마노(眞野)초등학교에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지진해일)에 휩쓸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인근 초등학교의 운동장에 임시 건물을 짓고 수업을 하는 이 학교는 4월 신입생
을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시 교육위원회는 내년 봄에 이 학교의 문을 닫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태다. 

미나미소마시의 하토하라(鳩原)초등학교도 신입생을 구하지 못했다.
주민 전체가 피난한 나미에마치(浪江町)의 나미에초등학교도 신입생을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나미에초등학교는 이 지역 학생 1천명이 다니던 초등학교 6곳을 합쳐서 대지진 후에 니혼마쓰시에서 문을 연 통합 학교다. 

하지만 현재 학생은 30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달 중 12명이 졸업하면 18명이
남는다. 신입생이 안 들어올 경우 학교는 물론이고, 마을도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피난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