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임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데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정치테마주(株) 열풍이 일조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안 전 교수가 대표이사를 지냈던 안랩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정치테마로 분류된 일부 기업 최대주주들은 테마주 열풍의 주가 급등을 틈타 보유 주식를 매도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둬 빈축를 사기도 했다. 이 탓에 최대주주 지분률이 너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도체 장비업체 다믈멀티미디어는 정연홍 대표가 안랩의 김홍선 대표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묶였다.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자 주요 임원들이 대거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다믈멀티미디어의 창업 멤버 가운데 하나인 박현철 전무는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보유주식 32만2300주를 팔아 약 22억5000만원을 벌었다. 박 전무 지분은 지난해 7월 말 6.76%에서 1.60%로 낮아졌다.
앞서 한규완 전 상무도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다믈멀티미디어 보유주식 45만3018주를 팔아 지분이 7.94%에서 0.55%로 줄었다. 이에 작년 3월 48%를 넘던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최근 18% 대로 줄며 적대적 M&A 가능성이 커졌다.
최대주주의 '먹튀'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아가방컴퍼니의 손석효 명예회장은 주가가 오르자 약 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우성사료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넘게 줄었지만, 안철수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 친인척들이 주식을 팔아 137억원을 챙겼다. 미래산업의 정 전 회장과 부인 양복순 씨도 정치 테마 열풍에 주가가 크게 오르자 제빨리 주식을 팔아 440억원을 손에 쥐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오르면 해당 기업 임원이나 최대주주가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쏟아낸 물량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정치 테마주 투자는 삼가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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