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구다. KB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강남구 전셋값은 지난 1월 0.8%, 2월 0.9% 상승했다. 새해 들어 무려 1.7%나 치솟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남권에서는 학군 수요가 몰리는 1~3월에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중대형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꿨다. 고가 아파트 전셋값이 중소형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계약이 성사된 전세 물량 가운데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114㎡(이하 공급면적 기준)는 1월 전셋값이 7억원이었으나 2월에는 9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새 무려 2억원이나 뛴 것이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 136㎡도 1월 8억원(15층)에 거래가 됐지만 2월에는 9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규모 아파트가 7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1·2차 196㎡는 지난해 12월 7억3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지난 2월에는 8억5000만원으로 올라 거래됐다.
저가 소형 아파트 위주로 두드러지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최근에는 고가 중대형 아파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반포퍼스트지 113㎡의 전셋값은 9억원, 매매값은 11억7000만원이다. 전세가율이 77%에 이른다.
인근 반포자이 116㎡의 경우 전셋값이 8억5000만원, 매매값은 11억원으로 전세가율이 74%에 달한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61㎡(전용면적) 역시 전세가율이 69% 선이다. 최근 20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같은 면적의 전셋값은 14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강남 고가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집값 하락이 주된 이유다.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현상과 맞물려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전세값 인상으로 보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최성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집주인들이 매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 손실을 전세금 운용을 통해 보존하려 하면서 전세금 상승세가 월세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권의 경우 집값 하락에 따라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도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다. 집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전세로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매매 거래가 늘어야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거래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취득세 감면 조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 완화 정책이 하루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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