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정책연구 ‘디지털세대와 기성세대의 사고 및 행동양식 비교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호영 KISDI 미래융합연구실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세대의 성장이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기성세대의 가치관 및 행동양식과 대립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몰세대적 정책 수립은 지양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온라인 조사를 통해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서로 다른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한 디지털세대, 민주화세대, 산업화세대 간 대립은 특히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대하는 태도의 극명한 차이로 나타나고 있고 각 세대의 정체성 수립에 있어 미디어가 차지하는 역할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인터넷 및 스마트 미디어 이용은 물론 올드미디어 이용에 있어서도 뚜렷한 세대차이가 확인됐다.
스마트폰의 경우 소유나 이용빈도, 몰입정도 면에서 20대가 적극성을 보였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극적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SNS에 덜 가입했고 가입한 SNS의 숫자 또한 적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만 따로 놓고 보았을 때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의미하게 페이스북 친구가 많고 대졸이상이 고졸이하의 학력인 사람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갖고 있었다.
페이스북이 실명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SNS이기 때문에 인맥의 유지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오프라인의 경향이 온라인을 통해 강화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트위터의 경우 세대효과보다 교육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트위터 관계인 수가 많았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 각 세대에 대한 인식, 10대와 60대 이상 노년층은 차별과 소외 그리고 배려와 포용 정도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젊은 응답자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성별과 거주 지역, 직업, 소득 및 교육수준 등 다른 조건들이 동일한 경우 60대 이상이 준거집단인 10대에 비해 한국을 배려와 포용이 있는 사회로 여겼다.
위험한 사회와 안전한 사회 인식에 대해서도 연령이 중요한 변수였다.
10대 청소년들에 비해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은 점진적으로 한국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여기고 있었다.
이는 최근 학교 폭력, 묻지마 범죄 등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어린이 또는 청소년이어서 어린 응답자들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은 건강과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부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로 구성된 5점 척도에서 건강과 가족은 평균 4.66점과 4.52점을 받았다.
돈, 일, 여가는 각각 4.36점, 4.00점, 3.95점을 받았다.
돈과 일의 높은 점수는 경제적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친구, 학력, 권력, 이웃, 종교가 각각 3.88점, 3.45점, 3.41점, 3.22점, 2.49점으로 뒤를 이었다.
10가지 사항에 대한 중요성을 묻는 문항에에서 세대별 차이는 친구, 이웃, 여가, 돈, 권력, 학력, 종교 등 7가지에서 발견됐다.
세속적 가치를 나타내는 돈의 중요성을 10대 청소년은 60대 노년층보다 더 높게 평가했고 권력에 대해서는 10대 청소년이 50대 중년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력에 대해서는 젊은 층이, 종교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했다.
디지털 세대는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고 개인적 상황에 관심을 가지면서 거시경제나 사회변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정치적, 사회적 제도의 책임을 인식하지만 동시에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세대의 동원이 상대적으로 매우 힘들고 집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과거와 같은 방식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나오게 한다.
세대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20대가 윗세대에 비해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87.1%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40대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중시하지만 사실 자신의 이권에 충실하다는 문항에 대해 85.1%가 그렇다고 답했다.
50대에 대해서는 82.8%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희생한 세대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소통의 시대라고 불리는 현재 오히려 디지털 세대와 기성세대 간 더 많은 갈등이 발견되고 이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보이지 않는 것은 소통의 엔트로피가 높아질수록 상호이해를 위한 노력도 동시에 증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일종의 지체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갈등 요인에는 세대간의 디지털 격차와 소비하는 콘텐츠의 차이가 존재하고 미디어가 개인화될수록 세대별로, 계층별로 소비하는 콘텐츠와 소통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 우리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의 고도성장이 남겨준 세대간의 이질적인 경험과 이로 인한 불신, 미디어 사용에 있어서의 세대별 격리는 향후 새 정부의 정책추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국가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으로 세대 인지적 정책 수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립을 제안하고 세대대표 온라인 포럼 구성이나 세대별 편익과 비용을 공개하는 제도 마련을 통해 세대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사후적으로 그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인터넷 이용자를 모집단으로 하는 온라인 패널 1500명과 오프라인 면접조사 200명 등 1700명 규모의 온오프라인 혼합 서베이를 통해 지난 20년 간 진행되어온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이 세대별로 어떻게 다른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양적 분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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