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 공약의 재원 확보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취임 후 추진할 정책과 계획이 명확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내놓지 않는 소극적 태도로 조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3~14일 진행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는 이 같은 불안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현 내정자는 경제정책과 경기부양 방안을 묻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에게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 못하며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현 내정자는 이틀에 걸친 청문회에서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로 민주당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거부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단초를 만들었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기재위 간사는 “현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은 물론 경제부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경제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보고서 채택 거부 이유를 밝혔다.
현 내정자 청문회를 시청한 기획재정부 직원들도 내정자의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경제정책 현안 가운데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소신을 밝히지 못한 현 내정자가 못마땅하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 내정자가 첫 청문회라는 점에서 긴장했다고는 하지만 여러 경제정책에 대해 소신을 내비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거시경제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과 자신의 철학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도 벌써부터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김앤장과 율촌에서 23년간 대기업을 변호한 경력이 경제검찰 수장보다는 '로펌의 역습'에 어울린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정위는 경제민주화의 책임 부처”라며 “수장은 재벌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는 경제 포청천으로, 이를 재벌 변호인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삼성 이건희 일가 세금경감 소송에서 활약한 삼성 변호인이 공정위 자리에 오르는 건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한 내정자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세출 재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공정위 한 고위관계자는 “한 내정자가 조세법에 정통하기 때문에 공정위의 주요 이슈에 대한 세출방안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신보다는 박 대통령의 재원 확보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 임명된 모 부처 장관은 그동안 정책 개발, 모니터링 등 연구에 집중하다보니 현장에 대한 실무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취임사에서는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와대 눈치를 봐야 하는 부처 특성상 전임 장관과 같은 저돌적 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의 첫 경제 수장들이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 어디서부터 정책을 수립해야 할지 방향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장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국민에게 신뢰감을 잃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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