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CJ E&M 제공 |
1편에서 마스크를 쓴 채 스톰 쉐도우로 출연한 그는 이번 후속편 ‘지.아이.조2 3D’에서 비중이 늘어났다. 첫 장면부터 인상적인 액션신을 선보인 이병헌은 작품 내내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활약을 펼친다. 비중도 늘어났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배우 이병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아시아권에서 한류스타로 우뚝 선 이병헌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1981년 영화 ‘캐논볼’로 성룡이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당시 성룡은 아시아권에서 신화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막상 개봉된 캐논볼에서 성룡은 대사 한마디 없었다. 세월이 흐른 뒤 성룡도 할리우드에서 성공했지만 동양계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병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서 이병헌이 맡은 스톰 쉐도우의 비중은 극히 작았다. 이병헌은 당시 가장 먼저 촬영장에 나가 자신의 촬영이 돌아올 때까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영화 ‘지.아이.조’ 1편을 촬영할때만 해도 오전 6시에 촬영장에 나갔어요. 언제 촬영해야할지 알려주면 시간에 맞출 수 있는데 스태프가 저한테까지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촬영장에 가장 먼저 나갔다가 촬영이 없어 돌아오는 날도 많았죠. 이번 2편에서는 스태프가 미리 촬영시간을 알려주더군요. 대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죠.”
이병헌. CJ E&M 제공 |
“첫 장면에서 상의 탈의를 한 채 액션장면을 선보입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위해 운동을 하며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같이 출연하는 드웨인 존스가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몸이 상당히 좋아서 혹시 비교될까봐 사석에서 농담조로 ‘제발 웃통을 벗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했죠.”
이렇듯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동양계 배우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병헌은 아직 ‘초보’일 뿐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촬영장에서 달라진 대우를 받고 있지만, 아직 저는 할리우드에서 초보일 뿐이에요. 첫술이나 둘째 술이나 똑같잖아요. 지금 상황을 보면 할리우드에서 이제 막 배우 이병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노력 덕분이다. 영화 ‘지.아이.조2’ 촬영당시 이병헌은 무술감독 정두홍과 함께 갔다. 액션장면이 많기 때문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정두홍 감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이병헌을 통해 영화에 녹아들었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정두홍 감독이 촬영장에서 액션장면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계약위반이에요. 그래서 정두홍 감독이 아이디어를 저한테 말하면, 제가 감독에게 가서 액션장면에 대해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죠. 그랬더니 현지 스태프도 칭찬하더군요. 정두홍 감독은 ‘액션도 감정이다’란 생각으로 액션장면을 만들거든요.”
영화 ‘지.아이.조2’를 촬영 중이던 당시 공교롭게도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 역시 첫 할리우드 진출작을 위해 LA에 머무르고 있었다. 세 사람은 식사를 하며 타국에서 작업하며 고생하는 걸 서로 위로했다.
“어떻게 시기가 딱 맞아 떨어졌어요. 세 명이 LA근교에 있더군요. 그래서 만나 서로를 위로했죠. 은연중에 한국배우와 한국감독이 할리우드에서 함께 작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조만간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
해외 진출을 감행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특히 이병헌처럼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일수록 부담해야할 위험은 크다. 그럼에도 이병헌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것은 바로 ‘호기심’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싶은 원초적인 감정이 그를 할리우드로 이끌었다.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결국 할리우드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현재 그는 영화 ‘매드’에서 브루스 월리스와 호흡을 맞췄다. ‘매드’는 코미디 액션영화로 브루스 윌리스가 이병헌을 캐스팅에 추천했다.
“브루스 월리스가 작품에 추천했다는 걸 나중에야 전해 들었어요. 영화는 액션 코미디물인데, 제가 브루스 월리스와 함께 출연하는 장면이 가장 많아요.”
안주하기보다 도전을 택한 이병헌은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주연을 맡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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