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발 악재에 유로존 공포 급습… 결국 플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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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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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키프로스 구제금융이 진통을 겪으면서 유로존 경제에 다시 공포가 찾아왔다. 의회의 비준 거부로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인 17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키프로스는 현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최악의 경우 키프로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안 부결에 대비한 플랜B를 가동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키프로스 사태로 금융시장이 한동안 요동칠 것으로 전망했다.

◆ 유럽 증시 하락… 재무장관은 도움 요청하러 러시아행

19일(현지시간)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비준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증시와 유로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은행주가 1~3%가량 급락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10년 만기 스페인과 독일 국채 간 수익률 차(스프레드)도 이날 4bp가 더 벌어져 359bp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로 관심을 쏟는다는 얘기다. 다만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시장이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키프로스는 시급히 유로그룹과 구제금융을 재협상하거나 재원조달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비준 거부에 대한 대처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독일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룬 데이셀 브룸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그룹은 키프로스의 개혁 노력에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의 태도는 다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무책임한 해결책은 안 된다"며 "구제금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키프로스가 금융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키프로스의 부채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미칼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이날 예금과세가 아닌 다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를 긴급 방문했다. 러시아는 일단 기존 차관 만기를 연장해주고 추가 차관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러시아 자금은 키프로스 은행에 200억 유로 가량 예치돼 있다. 자본소득이나 배당금 지급에 대한 세금 우대정책 덕분에 러시아 기업들은 키프로스 은행 거래를 주로 이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키프로스 은행들의 영업 중지로 키프로스를 거쳐서 이뤄지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사업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고 전했다.

◆ 키프로스, 결국 플랜B 가동? ECB, 유동성 공급 약속

키프로스가 유로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유럽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키프로스 은행들의 파산위험이 확대될 경우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그리스 은행들의 리스크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예금과세를 다른 국가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다만 유럽중앙은행은 이를 대비해 "키프로스가 필요하면 현행 규정대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키프로스의 디폴트 가능성도 낮아졌다. 아직까지는 그리스 사태처럼 유로존 탈퇴 및 부채상환 중단 등 극단의 주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한 데이셀 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키프로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예금 등 자산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이 이를 대비해 마련한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플랜B는 △모든 사회보장 기금의 국유화 △EU와 러시아 정부 등이 참여하는 국영 자산회사 설립 등을 포함한다.

이는 대책이라기보다는 질서있는 디폴트로 볼 수 있다. 키프로스의 채권단인 EU와 러시아 등이 국유화한 기금과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국영 자산회사'를 좌우한다면 국가경제의 주권을 장악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키프로스가 플랜B를 걸고 재협상을 시도해도 타결 짓지 못하면 결국 무질서한 디폴트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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