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새 펀드 내놔도 경쟁상품 없으면 못 팔아… “신상품 개발 의지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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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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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최근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펀드가 '복수 경쟁상품이 있을 때 판매해야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혀 계열증권사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계열사의 펀드 몰아주기 판매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자칫 운용사들의 신상품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부자산운용은 지난달 26일 출시한 ‘동부글로벌 20 일등 기업 주식 펀드’를 계열 증권사인 동부증권에서 판매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에서만 판매 중이다.

동부자산운용이 동부증권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동부자산운용은 5개 펀드를 출시했고 모두 동부증권에서 판매된 바 있다.

동부증권 펀드 판매 불허가 업계에서 드문 일로 꼽히는 이유는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경쟁상품이 없어 계열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하지 못한 일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동부자산운용 펀드와 비교할 수 있는 타사 펀드를 찾지 못했다”며 “금투협의 계열사 펀드 판매 규정을 종전보다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투협 규정을 보면 판매사는 일반투자자들에 펀드 투자를 권유할 때 계열사가 아닌 운용사 펀드를 함께 권유해야한다. 또 금투협은 지난해 7월 표준투자권유준칙 세부 규정으로 판매사가 계열운용사 펀드와 함께 팔 수 있는 유사 펀드를 위험도, 투자 지역, 종류가 같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 규정 중 복수 경쟁상품 구비 의무를 제외하고 유사펀드 기준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판매사들이 쉽게 유사펀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유사펀드 기준은 있지만 타사에서 유사펀드를 찾기는 쉽다”라며 “투자 위험도의 경우 주식, 채권 등 상품별로 폭넓게 적용 할 수 있고 시중 출시 펀드도 다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자산운용이 출시한 펀드 역시 손쉽게 유사펀드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업계 한 목소리다.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는 이미 업계에 보편화됐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동부증권이 이 펀드를 해외주식형 펀드와 함께 팔아도 금투협 규정에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부자산운용은 동부증권 판매 불허 결정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동부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초 이 펀드 기획을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했기 때문에 판매사를 우리투자증권으로 결정한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해외 주식을 투자하는 건 흔한데 동부증권이 판매하지 않은 것은 너무 협회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이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계열사 펀드 판매 50% 제한룰 등 각종 규제가 나오는 상황에서 엄격한 적용 규정은 운용사의 신상품 개발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상품과 비교할 수 없어 판매를 안하겠다는 것은 신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며 “운용사가 펀드를 출시하는 것은 계열 증권사가 타사보다 더 잘 팔아줄 것이라고 믿는 부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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