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특히 박근혜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대로 정책금융이 대폭 강화된다면 산업은행의 체질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 내정자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되면 산업은행이 사실상 이명박 정부 이전의 정책금융기관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 내정자가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밝힌 계획과 입장 등을 종합해보면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이 있다. 일단 최대 관심사인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중단됐다.
홍 내정자는 "산업은행법을 연내 개정하고 IPO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여야가 합의한 산은법은 2014년 5월까지 단 한주라도 산은금융 주식을 팔도록 돼 있다.
소매금융의 향방도 관심사다. 강 전 회장은 취임 후 고금리 상품인 다이렉트뱅킹을 출시하며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또 최근에는 최저 4.29%의 금리로 최고 1억원까지 빌려주는 KDB다이렉트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신용대출은 강 전 회장이 구상했던 소매금융 강화 전략이다.
그러나 홍 내정자가 취임할 경우 소매금융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홍 내정자는 "정책금융을 강화하게 되면 다이렉트뱅킹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다이렉트뱅킹 금리를 내리도록 한 것을 두고, 이미 산업은행에서 강 전 회장의 색깔을 지우려는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다이렉트뱅킹 금리가 더 내려가거나, 신규 가입이 중단되면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이 단기간에 급격히 소매금융을 확대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 시점에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책금융만을 강화할 경우 산업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책금융 재편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 투자은행(IB) 부문을 분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의 IB부문이 분리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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