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즐거운 책을 하나 읽었다. 글로벌 투자운용사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총괄사장 루치르 샤르마의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다. 앞으로 10년간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폴란드, 터키, 인도네시아, 체코 등을 주목하라는 게 주제다.
샤르마는 앞으로 10년 동안 유망국으로 부상할 나라를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라 명명하면서 고속성장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률과 향후 전망치가 소득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을 뛰어넘는 나라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1990년대 골디락스를 경험한 서구 선진국들은 2000년대 들어서 브릭스(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를 위시한 신흥국에 경제활력을 넘겨주게 된다. 단적으로 2000년 연간 20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이머징국가로의 민간자본흐름은 2010년 3조달러로 폭증하게 된다.1980년대와 1990년대 3.6%이던 이들 신흥국가들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003~2007년에는 7.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역사상 경제성장의 추세가 이처럼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샤르마는 지난 10년과 같은 황금기는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세계적인 유동성 팽창 심화는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바꿨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용시장이 붕괴되면서 차입에 의존하던 선진 경제대국들이 막대한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고전하는 가운데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샤르마는 서구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강자였던 브릭스 대신에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란 새로운 미래의 강자 중 하나로 한국을 꼽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동서로 나뉜 정치적인 갈등, 세대간의 괴리, 그리고 더욱 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 등을 겪고 있어 정말 우리가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구도속에서는 어떤 발전도 이뤄지기 힘들다. 출범한지 50여일이 갓 지난 새 정부의 시대적 책무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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