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취하고...커피 향에 취하고....달맞이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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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고개 정상에 위치한 해월정 |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부산의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달맞이고개가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의 미포에서 청사포를 넘어 송정으로 향하는 고갯길이 바로 이곳이다.
원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우산(臥牛山)으로 일컬어졌던 달맞이고개는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 십오곡도(十五曲道)라 불리기도 한다.
달맞이고개 입구에서 조금 오르다 보면 소나무와 벚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찬 호젓한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을 맞는 벚나무 가지 옆에는 해운대 바람을 흠뻑 머금은 친구 해송(海松)이 빽빽하게 서있고 길 건너에는 문화와 예술적 정체성을 지닌 화랑과 카페들이 너도나도 서구적인 색채를 뿜어내며 손님을 맞는다. 자연과 인공의 색채는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달맞이고개만의 스타일을 창조한다.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숨이 조금 가빠진다. 해운대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내 계속 걸어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정상에 다다른다.
여기에는 밤에 달이 뜨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해월정(海月停)이 자리잡고 있다. 해월정은 사냥꾼 총각과 나물 캐는 처녀가 서로 사랑하였는데 이들이 정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 후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전설이 어려 있다. 이 때문일까. 예로부터 선남선녀들이 정월 대보름만 되면 이곳에 와서 보름달을 쳐다보며 그들의 소망을 빌었다고 한다.
전설도 전설이지만 해월정에서는 달빛에 물든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예부터 이곳에서 보는 월출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 즈음부터 달빛이 환하게 드리우는 순간은 정말 넋을 잃게 하니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곳 해월정에 올라섰을 때 어찌 사랑과 믿음이 굳건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따스한 햇살이 올라오는 이른 아침에 보는 달맞이고개도 절경이다. 맑은 공기 한 모금을 마시면서 바다를 끼고 주욱 펼쳐진 달맞이길을 걷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이국적인 외관과 우아한 인테리어의 카페와 레스토랑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풀어주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도 열 군데가 넘는다.
달콤한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 안 창문 가까이에 자리잡고 앉으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부산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친구와 함께, 가족·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 와서 봐도 좋은 곳. 그 이름도 아름다운 달맞이길에서 로맨틱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파도 위의 신비한 사찰 해동용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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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해동용궁사 전경 |
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도 좋다거늘/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묀다 말가/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여기가 선경(仙境)인가 하노라.
춘원 이광수가 묘사한 이곳은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국내 3대 관음성지의 하나로 손꼽히는 명소로 바로 해동용궁사다. 달맞이고개의 소박한 풍광을 뒤로한 채 차로 10여분간 달리다 보면 기장군에 위치한 해동 용궁사에 이르른다. 입구에 내려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봉안된 육십갑자 십이지신상이 미소로써 방문객을 맞는다. 바로 밑에는 우리 모두의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교통안전 기원 탑이 있다. 이곳에 서서 가족의 무사고 운전을 기원하다 보면 어디선가 처얼썩 촤~처얼썩 촤~하는 파도소리가 들려 온다. 마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아래로 뻗은 석등 계단을 108칸 내려가다 보면 기암절벽 위에 동해를 바라보며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용궁사 사찰이 눈앞에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신비로워 마치 동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용궁에 온 것같다.
해동 용궁사는 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창건한 곳으로, 다른 사찰과 달리 바위 위에 지어졌다. 깎아지른듯한 낭떠러지 위에 우뚝 서서 웅장한 바위와 근엄한 바다를 바라보는 해동 용궁사에서는 후광이 비친다. 바위를 부수는 파도의 강함과 가슴이 탁 트이는 수평선의 잔잔함, 그 뒤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의 신비로운 기운이 조화를 이뤄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한다. 망망대해에서 밀려오는 웅장한 파도소리에 맞서 고요하게 떠오르는 용궁사의 일출은 엄숙하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여명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감격을 주체할 수 없다.
용궁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바라다보이는 동해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바다로 내달릴 듯 돌출된 곳에는 부처님 진신 사리탑이 서 있고 그 뒤에는 여의주를 물고 금세 승천할 것같은 용상이 놓여 있다.
대웅전을 돌아 뒤쪽으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동해를 바라보며 서있는 33척 높이의 해수 관음 입상이 인자한 모습으로 참배객들을 맞는다.
발끝에서부터 밀려오는 푸른 파도와 사찰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윽한 향내에 취해 그동안 쌓아두고 있었던 고뇌와 번민을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나마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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