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천연꿀 생산량은 연평균 2만~3만t에 달한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 아카시아꿀이 평년보다 5000t 이상 늘어나는 등 최소 3만5000t 이상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경기침체 여파로 벌꿀 소비는 위축돼 양봉 농가는 햇꿀 생산시기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국내 꿀 유통은 농협과 일반벌꿀유통업체가 맡는다. 유통량은 각각 절반 수준이다. 양봉농가에 대한 수매는 양봉농협이 매년 자체 자금 60~100억원, 일반벌꿀유통업체에 대한 수매는 농식품부가 70~1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수매자금은 농가가 생산한 꿀을 사들이는 데 쓰인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꿀 생산량은 평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반면 수요는 30%이상 감소한 탓에 재고에 대한 한계점에 이를 만큼 심각한 상태다.
농협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농협의 꿀 판매는 전년에 비해 30.2% 감소한 1337t수준에 그쳤다. 현재 농협이 보유한 재고 역시 전년대비 120.0% 늘어난 4500여t(약 336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봉농협은 매년 판매량의 3배를 수매해왔다. 예컨데 한해 2500드럼(1드럼에 288kg의 꿀)이 판매됐다면 8000드럼정도를 수매한 것이다.
재고 보유한계가 초과된 탓에 올해 수매는 주춤한 상태이다. 수매하는 물량이 늘어난 만큼 금리비용의 부담도 가중됐다. 지난해만 이자비용으로 11억원을 지불했다.
이에 따라 양봉농협은 지난해 처음으로 농협중앙회로부터 19억원의 수매자금을 지원을 받았다.
기존 자체자금으로 양봉농가 조합원의 꿀을 수매하는 데 한계가 있어 농식품부에 100억원의 자금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농협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봉농협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고객들의 대출금리를 무단으로 0.3~0.5%포이트 인상해 10억원 이상의 부당이자를 챙긴 혐의로 정부로부터 사법처리를 받은 상태"라며 "이에따라 농협중앙회로부터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게 어려워지자 농식품부에 100억원의 수매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황명철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장은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벌꿀의 수급안정을 통한 농가들의 경영불안 해소가 시급하다"며 "공급과잉 물량의 시장격리를 통한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수매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실장은 "생산자 단체는 벌꿀 소비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자율적인 수급조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벌꿀의 기능성 물질을 상품화하여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협벌꿀품질보증조합장협의회는 자금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내 유통되는 설탕꿀(사양꿀)에 대한 유통을 막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꿀에 대한 품질인증을 받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설탕이 가미된 꿀도 품질 인증이되고 있는 상태"라며 "설탕꿀은 대형마트 등에 저가로 공급돼 소비자들이 값비싼 천연꿀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어서 '벌꿀 등급제'를 추진할 계획"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농협은 국내 유통매장에서 사양꿀 유통근절을 위해 한국양봉협회에 협의회 명의로 협조요청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재고처리를 위해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꿀수출과 국내 소비촉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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