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전문>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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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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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다목적홀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노대래=사랑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다시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막 태동했던 1982년 여름 당시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에 배치 받아 3년 7개월간 땀을 흘렸던 곳입니다. 이 곳에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시에는 ‘경쟁촉진’이나 ‘공정거래’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낯설었습니다. 1981년에 공정거래법이 처음 도입·시행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촉진하고 불공정행위를 시정하여 우리 경제발전의 가치기반을 선도해 왔습니다.

이는 전임 위원장님들을 비롯한 공정위 직원 모두가 선구자적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현재 우리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공정거래 측면에서 분석해 보고, 앞으로 저와 여러분이 해결해 나가야 할 정책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최근 우리경제는 성장 둔화 속에 시장질서의 확립까지 미진하여 양극화가 확대되고 사회통합이 저해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치유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총수일가가 정상적인 거래에서보다 높은 보상을 취하거나 리스크는 감수하지 않으면서 이익창출이 쉬운 영역에 침투하여 경제적 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정당한 활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향후 정책방향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민주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주무부처로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다음 네 가지 과제에 중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부당한 활동에 의해 정당하지 않은 보상을 가져가는 대기업집단의 구조와 행태를 철저히 시정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은 그간
국민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만,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권한과 책임이 괴리된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행태측면에서 대기업집단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추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소기업영역 침투, 그리고 전후방 연관시장에 있어서의 독과점화 입니다.

우리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등 정당한 보상체계를 위협하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하여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개정안의 내용은 계열사간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정상거래보다 유리한 조건의 거래, 일감 몰아주기, 사업기회 유용 등
총수일가에게 비정상적인 이익을 부여하는 거래중에서 대표적인 3가지의 부당한 거래만을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열사간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와전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오해가 진실을 뒤덮어서는 안 되므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하겠습니다. 또한, 총수일가의 관여를 추정하는 내용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입증책임 문제는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서 과잉규제 논란의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서 합리적인 개정안이 마련되도록 해나가야겠습니다.

아울러,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투명하게 유도하고,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경영행태를 견제하기 위한 상법, 국민연금법 등의 개정을
관계부처와 협조하여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앞으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감소 없이 대규모 기업을 인수하는 행위와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행위를 막기 위해서 신규 순환출자는 반드시 금지해야 합니다.

둘째, 중소 벤처기업과 같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창조경제의 구현을 적극 뒷받침해야 합니다.

21세기 경제는,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경쟁력만 확보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20세기 경제와는 달리, 없는 시장, 없는 일자리도 새롭게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에는 창의성 있는 핵심기술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기술개발은 학제간, 산·학·연간 또는 기업간의 R&D 협력이 활성화될 때 가능하며, 참여 당사자간에 공정경쟁질서가 정립되지 않으면 이러한 협력사업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새롭게 개발한 기술, 특허, 영업비밀을 탈취당하지 않고 정당한 보상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공정경쟁질서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개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 기반과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현재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화하면서 다수의 중소 수급사업자와 납품업자들은 대기업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매우 높아졌고, 종속성(lock-in-effect) 또한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득권이나 힘의 우위를 토대로 한 부당단가인하나 기술·인력 탈취 등과 같은 불공정행위가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수요독점에 따른 종속이 심화되고 공정하지 못한 시장에서는 중소 벤처기업의 성장이나 창조경제가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경제민주화 요구가 커짐에 따라 정책의 관심도 경제민주화로 많이 기울어져 있습니다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서민생활을 옥죄는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있습니다.

특히 인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카르텔 근절을 위해 카르텔 규제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카르텔은 시장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여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기술개발의 유인을 없애는 가장 큰 불공정행위의 하나입니다.

카르텔 근절을 위해서는 한번 적발되면 발붙이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규제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 위반 적발 확률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적발시 부담하게 되는 예상비용이 법 위반을 통해 얻는 기대이익보다 크도록 설계하여야 법 위반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우선,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활성화시켜 카르텔 적발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높이는 한편, 중기청·조달청 등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여 형사 제재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카르텔에 많이 부과되는 과징금은 그간 부과의 투명성·명료성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행정제재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과징금의 실질부과율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효과적인 카르텔 조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사인력을 확충하고, 조사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넷째, 소비자가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시장의 주인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하겠습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비교정보의 제공을 확대하고, 합리적인 소비관행이 정착되도록 소비자단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소비자를 주인으로 섬기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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