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4일 정부조직법 개편안 국회 통과를 요청하며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
아주경제 주진 기자=다음 달 4일로 꼭 취임 100일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관행이었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3일 “취임100일 기자회견은 아마 열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도 기자회견 준비가 거론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원래 스타일이 성과를 떠벌리기 위한 정치적인 쇼나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취임100일에 맞춰 별도의 보고서나 보도자료도 내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시계는 밖이 바라보는 시계와 많이 다르다. 취임100일이니 200일이니 시간에 의미를 두거나 구애받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있다”며 “그에 맞춰 어떤 성과를 내려고 인위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취임100일 기자회견을 열지 않은 것을 두고 새 정부 출범 100일이 됐지만 뚜렷한 국정 성과가 적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지각 통과된데다 잇따른 인사난맥상을 겪으면서 정부 출범 50일이 다되어서야 내각 진용이 꾸려졌다.
여기에 북한의 연이은 도발 위협과 개성공단 전원 철수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돼 박 대통령의 대북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가동도 해보기 전에 벽에 부딪친 상태다.
또 한미동맹60주년을 맞아 동맹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첫 방미 성과를 거뒀지만, ‘윤창중 사태’로 빛이 바래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국정 운영에 탄력이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 노력은 했는데 안된다고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며 국정 성과물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야권은 청와대를 향해 “아무리 성과가 없다고 국민들과 소통, 최소한의 보고 의무마저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은 칭찬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오기인사와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국민들께 밝히는 소통을 위해서라도 100일 기자회견장에 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역대 정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대통령의 국정 성과와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해왔다. 보통 내외신 합동 회견 형식이었고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취임 100일 즈음에 회견장에 섰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쇠고기 파동’ 위기 속에서도 취임 116일이던 2008년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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