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민영화라는 거대한 숙제를 풀 해결사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선택됐다.
이 행장이 내정된 데는 내부 조직을 무리없이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제 그는 십여 년을 표류해 온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봉합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이밖에도 미국에 있는 한미은행 인수 등 현재 올스톱된 주요 현안들을 정리하고 재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 조직 장악력·성대 인맥 등 작용
이 은행장은 현직 은행장으로서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조직 장악력이 높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송웅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이 후보는 우리은행에서 37년간 근무하면서 금융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쌓았고, 소탈한 성품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부하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덕장형 리더"라며 내부 조직 장악력과 더불어 업무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행장은 이종휘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로 내부 출신에서 은행장이 된 인물이다. 회장직에 오르면 말단에서 은행장을 거쳐 지주사 회장까지 역임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특별한 배경없이 말단 은행원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것은 그만의 친화력이 바탕이 됐다. 최고 경영자와 노조 사이에 있을법한 대립도 없었다.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이 행장의 출신 성분 덕택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두 성대 법대를 졸업했다. 둘 다 이 행장에게는 선배다.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 등을 포함해 현 정부의 주요 요직에는 이른바 ‘성대 라인’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행장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장직과 은행장직의 겸직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선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회장과 계열사 CEO들간의 갈등 때문에 몸살을 앓아왔다. 이팔성 전 회장과 이 행장 역시 지난해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두고 힘겨루기를 한 적이 있다.
◆ 앞날은 험난…민영화가 최대 난제
하지만 이 행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11년간 표류해 온 우리금융 민영화의 연내 성사가 가장 큰 난제다.
이 행장은 이미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으로 민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은행장직의 공백이 민영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뜻이다. 그는 이날 "민영화는 2만 전 직원이 바라는 것인데 저로 인해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면서 "민영화를 이루고 나면 임기에 상관없이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내려놓겠다"고도 밝혔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6월중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로드맵이 발표되면 이에 맞춰 이 행장은 금융당국과 민영화 추진을 위해 손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타날 노조의 반발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KB금융지주와의 합병설이 돌자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매몰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다양하고 창의적인 민영화 추진이 가능하다”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새 회장이 혹여 정부의 눈치만 보다가 메가뱅크 같은 위험한 구태금융 정책의 선봉장으로 나선다면 그 순간부터 15만 금융노동자들의 강력한 총력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일방적인 메가뱅크식 민영화는 결사 반대”라며 “곧 신임 회장에게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철학과 의견을 공개적으로 질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행장이 향후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을 할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장은 기자회견에서 "민영화의 3대 원칙(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이 가장 기본"이라며 "합병은 민영화의 한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며 합병설을 일축했다.
이밖에 인선으로 인한 경영공백도 메워야 한다. 우리 에프아이에스와 우리프라이빗에퀴티, 우리금융경영연구소를 비롯해 27일 CEO의 임기 만료를 앞둔 우리자산운용 등 네 곳의 자회사 수장을 우선 선임해야 한다. 이 행장은 이날 계열사 CEO들에 대한 책임경영 강화의 뜻을 밝혔다.
이 행장은 "계열사 인사는 반드시 전문성을 가진 분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주회장이 일일이 간섭할 필요가 없고 계열사들은 각 CEO들의 체제 하에 경영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호종금 인수와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인수,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미은행 인수 등 이팔성 전 회장이 추진하다 잠정 보류된 사업들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행장은 이날 수익 및 자산 대비 해외사업 비중이 최대 15%(현재 8~9%)는 돼야 한다"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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