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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 |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통장 개설이나 거래에 있어 제약이 많다. 하지만 채권기관이 예금을 압류하기 때문에 신불자들은 통장 거래를 꺼리는 게 보통이다. 상당수 신불자들은 급여통장마져 만들 수 없어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의 중책을 맡은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하 금소처장)이 신불자들의 통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27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990년대에는 신불자에 대한 금융거래 제약 규약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관련 규약이 사라졌고, 신불자들은 통장 개설 및 거래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민사집행법 제246조는 채무자의 1월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을 압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법규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통장 잔액 150만원 이하에 대해선 채권기관이 압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통장 거래에 법적인 제약이 없더라도, 신불자들은 생계 등을 위해 꼭 필요한 돈인 경우에도 150만원 이상에 대해선 채권기관에 고스란히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통장에 돈을 보관하지 않는다.
결국 오 금소처장이 통장 거래에 대한 신불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신불자들의 '금융거래 족쇄'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건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 금소처장은 "지난 23일 오전 4시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상담을 실시했는데, 상당수가 신불자였다"며 "또 금융상담을 받은 근로자 대부분이 가장 많이 언급한 애로사항은 바로 통장거래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관련 규정과 법을 만들거나 고칠 수는 없겠지만, 정무위원회 의원과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을 만나 신불자들의 금융거래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건의할 계획"이라며 "다만 몇 십만원이라도 압류 제한 금액이 상향된다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오 금소처장이 추진하려는 신불자 지원 방안은 도덕적해이 논란이 일고 있는 채무탕감 방식의 직접적인 금융지원이 아니므로, 정무위와 금융당국 관계자 등으로부터 공감대만 얻을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처장은 "앞으로도 3개월에 한 번 정도 새벽 금융상담을 꾸준히 실시해 금융 소외계층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라며 "(새벽 금융상담에 대해)너무 무리해서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생업에 바쁜 분들을 만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행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얼마 전 정부는 1997∼2001년 외환위기로 도산한 중소기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생활고를 겪고 있는 11만여 명의 채무 13조원에 대해 70%까지 원금을 탕감해 주는 '연대보증 채무자 지원 방안'을 발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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