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 23기 원전 중 이날 가동을 멈춘 원전 2기를 포함해 신고리 1호기, 고리 1·2호기, 한빛(옛 영광) 3호기, 월성 1·2호기, 한울(옛 울진) 4·5호기 등 총 10기가 정지된 상태다.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정전)을 직면하게 된 셈이다.
또 원자로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이 중단·연기됨에 따라 원전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상 첫 블랙아웃 현실화되나
현재 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에 이어 원전 두 기가 추가로 가동 중단됨에 따라 200만㎾ 이상 전력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위조 부품을 교체하고 정비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전력 수급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상 한여름의 경우 피크 시간대 예비전력이 300만㎾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200만㎾의 추가 손실은 치명적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이번 주부터 2주일간 하루 평균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6800만㎾ 전망된다"며 "하지만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총 200만㎾의 공급능력이 감소하게 돼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애초 계획된 전력공급 6800만㎾에 못 미치는 6600㎾만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무더위로 평균 200만~300만㎾의 냉방수요가 급증할 경우가 더해진다면 자칫 전력대란(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 못 한다는 우려다.
여기에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8월에는 통상 전체 발전설비의 98% 가까이 풀가동되고, 올해 최대 전력수요가 7650만㎾지 오를 전망이어서 블랙아웃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예비전력이 500만㎾ 아래로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 '준비'를 발령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원안위 결정에 따라 조속히 해당 기기를 교체하고, 유사사례 추가 조사 등 철저한 후속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케이블 교체를 위한 3개 운영원전(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호기)의 가동정지 기간(4개월 내외) 중 전력수급에 만전을 기한다는 복안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부품교체 기간에 3개 원전이 정지돼 유례없는 전력난이 우려된다"며 "당장 6월부터 공급 차질로 수급 비상상황이 발령될 가능성이 높고, 8월에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잇단 위조부품 적발…원전 신뢰성 흔들리나
전문가들은 차제에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원전 관리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원전의 위조부품 문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영광(한빛) 원전 5·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또 고리 2호기와 영광 1·2·3·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555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것으로 추가 확인되기도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8일 발표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에 엉터리 부품이 쓰였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원자력 전문가는 이 부품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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