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다롄 협력사 줄도산 시작, "빚독촉에 협박·절도까지"…韓·中 정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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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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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력사 61% 도산 직전, 자금 지원책은 나몰라라

STX다롄 사태로 한국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STX다롄 내 엔진생산 공장 전경.

아주경제 이재호·박재홍·장기영 기자= STX다롄 협력업체들이 한국과 중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중국 거래업체들의 협박과 절도 행위 등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가 동북아 최대의 조선단지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던 중국 다롄이 한국 기업들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STX다롄이 납품대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 협력업체들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STX다롄 협력업체 31곳 중 ‘휴업’ 14곳, ‘가동률 50% 미만’ 5곳 등 61%가 파산 직전 상태다. 현재 집계된 수치만 이 정도로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STX다롄으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5억8000만 위안(1050억원)으로 이 또한 전체 피해액 중 일부다.

경영난 해소를 위해 STX다롄에 대한 현지 금융권의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지만 중국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다롄시 정부 관계자는 “STX다롄이 보유한 수준 잔량에 대해 공상은행이 선박 건조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결정은 은행이 하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랴오닝성 선양 총영사관 등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바라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STX다롄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채권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최희암 고려용접봉 중국법인장은 “이미 총영사와 다롄영사사무소장이 다롄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났지만 원론적인 답변밖에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협력업체들은 한국 정부 차원의 실사단 파견 등을 바라고 있지만 당국과 금융권은 국내 STX조선을 살리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STX조선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 STX팬오션과 STX중공업 매각 방안 등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규모가 더 큰 STX다롄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없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와중에 한국 협력업체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인 직원 임금과 현지 거래 기업의 납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면서 협박과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업체 대표는 “거래 기업 관계자들이 돈을 달라며 공장 정문을 막고 출입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공장에 쌓여있는 재고와 자재들을 팔아 겨우 돈을 마련하고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B업체 대표는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한 폭언과 협박에 가족들까지 바깥 출입을 자제할 정도”라며 “밤에는 공장에 난입해 설비 등을 훔쳐가고 있지만 현지 경찰은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을 더욱 벼랑으로 몰고 있는 것은 한국 은행들이다. 자금줄이 막혀 돈을 구할 데가 없는 사정을 알면서도 대출 상환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STX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협력업체의 대출 만기 연장 등에는 인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C업체 대표는 “STX다롄을 따라 중국으로 오면서 산은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만기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연대보증을 선 STX엔진도 개점휴업 상태라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대기업은 주채권은행 개념이 있어 관리가 가능하지만 협력업체는 지점별로 대출을 하기 때문에 일일이 사정을 봐주기 어렵다”며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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