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닌데”…은행권, CJ비리·조세피난처 등으로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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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3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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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CJ그룹의 비자금·탈세 의혹과 관련, 검찰과 금융당국이 차명계좌에 대해 공조 추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세피난처와 불법 외환거래 혐의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행여나 불똥이 튈까 바짝 긴장한 표정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불필요한 의혹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체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3일 이후 CJ그룹 거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한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필요할 경우 CJ그룹과 금융권의 거래자료를 수집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당장 수사선상에 오른 곳은 CJ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다. 금감원은 CJ그룹 본사 내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수백개 이상의 차명계좌를 통한 의심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이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허용했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검찰은 금감원과 협조해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실명 확인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측은 차명계좌가 거래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의 서울 상암동 소재 BPR(후방사무업무지원)센터가 매일 전국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거래신청서, 전표 등을 점검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규정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거나 실명거래법 위반 같은 불공정한 내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9일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신한은행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CJ 일본법인에 240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압수수색이라기보다는 검찰 측에서 대출과 관련된 금융정보자료 요청이 있어서 해당 자료를 전달해준 것이 전부"라며 "관련 대출은 정상 여신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압수수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인데 마치 (신한은행이) CJ 의혹에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은 현재 신한은행에서 확보한 CJ 일본 현지법인 등의 대출자료를 통해 주식·금융거래 흐름을 파악 중이다.

이렇다보니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또 다른 은행들의 압수수색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차명 의심 계좌들이 개설된 금융기관은 은행과 증권사 등 5곳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감사 담당자는 "CJ그룹이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느 은행이 나서서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겠느냐"면서 "다만 불필요한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금감원이 조세피난처와 불법 외환거래 혐의가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면 조사에 착수하면서 은행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특히 같은 날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한국인 명단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 명단 중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포함돼 우리은행과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부실금융사로 결정됐던 중앙종금은 그해 하나로종합금융에 통합된 바 있다. 이후 하나로종금은 2003년 우리은행과 합병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미 10년이 지난 얘기인 데다 흔적도 없어 내부에서조차 '중앙종금이 뭐냐'는 얘기가 돌 정도"라며 '우리은행과는 관계 없는 인물"이라고 못박았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각종 의혹 및 오해가 자칫 은행들의 이미지 추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감독·사정당국이 대대적으로 나선 만큼 '걸리기만 해봐'라는 인상이 강해 은행권에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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