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내정자에게는 농협중앙회 및 노동조합과의 관계설정, 수익성 개선 등 만만찮은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다만 임 내정자가 전문성·경험·품성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직을 안착시키는 '제갈공명'이 될 것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내정자가 11일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감에 따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농협금융지주의 구조적 문제와 부딪혀야 한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소유하는 등 인사·예산권에 대한 통제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의 지위도 농협중앙회 회장과 전무이사, 경제부문 대표 아래다. 신동규 전 회장이 사의 배경으로 꼽은 것도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이었다. 이 때문에 임 내정자가 제한된 권한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임 내정자는 자신이 농협 금융조직의 수장이지만, 대주주인 중앙회의 권한과 역할은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농협금융지주 내부에서는 기대감이 큰 눈치다. 임 내정자야말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농협의 금융조직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경영환경을 빠르게 이해하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 선임의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과제다. 앞서 임 내정자가 회장직에 발탁되자 농협 노조는 즉각 "조직을 더 안정화시켜야 할 시기에 정통관료 출신이 온다는 것은 신(新) 관치의 시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설 역시 '기우'라는 평이 많다. 당장 임 내정자는 취임식에 앞서 11일 오전 중 노조와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허권 노조위원장은 "임 내정자와 노조 모두 서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농협의 특수성 및 각 자회사의 자율성, 직원과의 소통 등을 강조할 것"이라며 "관치란 평가가 불거지는 만큼 일단 임 내정자의 행보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신 전 회장의 취임 과정에서 연출됐던 출근 저지 등의 단체행동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임 내정자가 기재부 차관 재직 시절 '닮고 싶은 상사'에 꼽히는 등 온화한 품성을 지닌 만큼 조직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재부의 한 팀장급 공무원은 "임 내정자는 직원들에게 늘 다정다감한 상사였고 '조용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뭉칠 수 있게 했다"고 회상했다. 국무총리실의 한 과장급 공무원 역시 "이명박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실장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어디서든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노조문제 역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출범 1년 3개월을 맞은 신·경분리 체제를 조속히 안착시켜야 하는 것과 실적개선도 부담이지만, 일단은 기대를 걸어보자는 의견이 많다. 임 내정자가 기획·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59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관료생활의 대부분을 경제정책국과 금융정책국에서 근무했다.
특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기조실장을 지내면서 뛰어난 정책조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MB정부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발탁됐고, 이후 기재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을 지냈다. 기재부 차관 시절에는 '썰물 때 둑을 쌓아야 밀물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3종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이밖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도 임 내정자의 역할로 부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임원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을 누구로 어떻게 배치하는가가 (임 내정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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