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달 6일 현대중공업은 중국 차이나시핑컨테이너라인(CSCL)로부터 수주한 1만84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5척(총 7억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이 선박들은 오는 2014년 하반기부터 선주사들에게 인도되며,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폭 58.6m, 높이 30.5m로 축구장 4배 크기이며, 20피트 컨테이너 18,400개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이 때부터 AP몰러-머스크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해 건조중인 1만8270TEU급 컨테이너선(길이 399m, 폭 59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선박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하지만 CSCL의 발주 선박이 세계 최대 선박 자리에 오를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중동 선사인 UASC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조만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6년 1만TEU급 취항 후 대형화 경쟁 후끈
컨테이너 선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57년, 미국 시 랜드가 휴스톤과 뉴욕 사이를 오가는 연안 항로에 소형 탱커를 35피트 컨테이너 226개를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 전용선으로 개조한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 ‘게이트 웨이 시티’(Gate Way City)를 투입하면서부터다. 시 랜드는 1966년 4월 대서양 항로(뉴욕-유럽)에 컨테이너 전용선인 ‘페어랜드’를 투입해 국제 해운항로에 컨테이너 수송 시대를 열기도 했다.
철도 및 육상도로가 확장돼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트럭과 열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항만에서도 컨테이너를 실어나를 수 있는 터미널 인프라가 점차 보급 되기 시작했고 이를 적극 반영한 선사들의 컨테이너 화물 유치전에 열을 올리게 됐다. 당연히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도 빠르게 진행됐는데, 1960년대 700~1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크기에 불과했던 컨테이너선은 1970년대 1800~2500TEU, 1980년대 2400~4400TEU,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 8600~9000TEU까지 커졌다.
2006년 8월 11일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AP몰러-머스크 라인은 세계 최초로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취항시키며 컨테이너선의 1만TEU 시대를 열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글로벌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확장 경쟁은 극에 달했다. 즉, 처음 컨선이 출현해 1만TEU급으로 커지는 데 50년이나 걸린 반면, 대우조선해양이 머스크에게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7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친환경성 강조, 업계 장악력 높여
2010년대 주력으로 떠 오른 1만5000TEU 내외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에 선주사들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고공으로 치닫는 연료비를 아끼고 환경 오염을 줄이면서 한 번 운항에 들어가는 운송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머스크나 CSCL도 발주한 선박의 속도를 줄이더라도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는 물동량이 큰 태평양 항로(미국-아시아-아프리카-유럽)에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집중 배치해 한꺼번에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고, 이들 선박이 갈 수 없는 지역은 1만TEU 미만의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피더선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규모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중소형 선사들은 머스크의 협력사로 전락하게 된다.
대형 항구를 보유한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선사들과 일맥상통한다. 인프라를 확장해 메이저 선사들의 전략에 맞춰 초대형 선박을 유치함으로써 해당 지역 물류를 장악할 수 있는 허브 항만으로 육성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2만TEU급 컨테이너선 설계를 완성하고 글로벌 선사들과 꾸준히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글러벌 경기가 회복되면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 시장에서 국내 선사들은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시장은 21세기 새로운 해운시장 장악을 위한 업체와 국가간 경쟁에 따라 서서히 붐을 일으키고 있다.
<자료: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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