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KT전남본부의 한 직원이 사측의 노동탄압에 시달린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번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9일 경찰과 KT에 따르면 KT전남본부 광양지사에서 일하던 김모씨가 지난 16일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자필 유서 등을 토대로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가 자필로 쓴 유서에는 최근 올해 임단협안에 찬성하라는 회사 측의 종용에 괴로워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씨는 유서에서 "(임단협 찬반투표 때) 팀장이 회식이나 조회에서 ‘똑바로 해라’며 엄포를 놓는다. 반대표를 찍은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고 썼다. 2010년·2011년에도 팀장이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고도 했다.
KT는 지난달 임단협안 찬반투표 결과를 놓고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여왔다. 노조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이끌어내 임단협안을 회사 쪽에 백지위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을 샀지만 노조 집행부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당시 KT노조 한 간부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2.1%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얻었는데 논란은 말이 안된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회사는 물론 노조가 반발에 부딪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KT 전국민주동지회와 KT 노동인권센터는 이달 초 서울 은평지사에서 찬성률이 57.1%로 낮게 나온 경위를 보고한 내부 문건을 문제 삼아, 이석채 KT 회장 등 4명을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올해 임단협안에는 직원을 인사고과에 의해 면직시킬 수 있고, 부서장이 지정한 직원은 비연고지나 기피부서에 전략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됐다.
억눌러 있던 KT 내부의 동요도 심상찮다. 이날 KT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고인의 자살과 관련해 직원들이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각종 의혹을 밝히고 위원회를 꾸려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강경론, "안타깝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라는 공감론 등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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