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 "할리우드가 <미스터 고>에 놀라는 2가지 이유는…"

  • 영화기자협회 5주년 세미나 주제발표 ‘글로벌 시대, 한국 CG산업의 위상’

영기협 5주년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김용화 감독/ 사진 제공=한국영화기자협회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오는 7월17일 개봉하는 영화 <미스터고>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한국 CG산업의 기술 수준이 할리우드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경기도 가평 리버빌 연수원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 출범 5주년 기념 세미나에 발표한 ‘글로벌 시대, 한국 CG산업의 위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서다.

김 감독은 먼저 <디 워>를 주목했다. 한국영화 가운데 본격적 CG(혹은 특수효과를 말하는 VFX)의 시작은 <구미호>(1994)라 할 수 있고 <퇴마록>(1998),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이 명맥을 이어갔지만 명실상부한 시작은 <디 워>였다고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심형래 감독이 독자적으로 회사를 꾸렸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의 턱도 없는 렌더팜 환경에서 <디 워>를 완성했다는 것은 놀랍다. 물론 샷이 적어서 가능했겠지만 대낮에 크리처(creature)가 도심에 등장하는 신, 평가받을 만하다”고 극찬했다. 렌더팜은 소프트웨어에서 완성한 피사체의 움직임, 질감, 라이팅 작업을 컴퓨터 계산에 의해 이미지로 전환하는 렌더링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백 대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묶어 한 곳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컴퓨터 묶음이다.

이야기는 <해운대> <마이웨이> <타워>를 거쳐 영화팬들의 기대 속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스터 고>로 옮아갔다.

“현재 <미스터 고>의 VFX를 본 할리우드 기술진들은 두 가지에 놀라고 있다. 먼저 털의 품질에 놀란다. 1000개의 샷 전부를 스테레오(입체화법)로 한 것에 놀라고, 짧은 성장 기간에 어떻게 이런 퀄리티를 완성했는가에 놀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비용에 놀란다. 평균 상주 인원130명, 총 120억원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한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R&D(연구와 개발)이다. 배급사인 쇼박스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오래 걸렸다. 당연한 것이 1년 반 정도를 결과 못 보니 두려웠을 것이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것이 연구와 개발이다.”

김 감독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일갈했다. “고릴라가 천 번 나오는데 단 한 번이 퍼펫(puppet·인형)이다. 실물보다 더 리얼한 디지털이 가능했기에 굳이 (퍼펫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 분들 중 그 샷을 찾아낸다면 소정의 상이라도 드릴 생각이 있다(웃음).”

세계적으로 CG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할리우드영화 <아바타>와 비교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했다.

“털의 질감과 라이팅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아바타>는 피사체의 볼륨감을 확보하지 못해 효과에 집착했다. 피사체의 모양을 X, Y, Z축으로 비유한다면 Z축으로 길게 눌려 있는 모습이다. <미스터 고>는 입체의 수준도 전 세계 최고라고 자신한다.”

<오! 브라더스>(2003)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까지 문제작과 흥행작을 만들어 온 김용화 감독. 1년 여에 걸쳐 국내의 내로라하는 컴퓨터그래픽 전문가들을 모아 덱스터 필름을 설립하고, 80만개 이상의 털로 둘러싸인 고릴라 링링의 자연스러운 외관을 표현하기 위해 국내 자체기술로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Fur(털) 제작프로그램 질로스(Zelos)를 아시아 최초, 미국의 ILM, 픽사, 웨타스튜디오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개발하는 쾌거를 이루며 <미스터 고>를 완성했다.

힘겨웠지만 개인사적으로나 영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완수한 <미스터 고>가 김용화 감독의 향후 작업에, 영화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다.

지나간 고생이 상기된 듯 “기자의 질문에 잠시 전율을 느꼈다”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지난 4년간 제대로 밤잠을 못 잤다. 나 혼자 잘난 맛에 살아온 내가 많은 사람들을 모아 묶어 내는 작업, 함께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용기와 아트웍(artwork)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하려고 노력했다. 발명이 아니라, 있는 것을 새로이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발견하는 것의 중요함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멜로, 로맨틱 코미디, 코미디(영화)를 하겠지만, 덱스터 식구들과 함께하는 만큼 VFX의 요소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VFX의 요소를) 가미해서 영화의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화 해서 큰 시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김용화 감독의 덱스터필름은 미국 제작사와 <미스터 고>의 속편을 만드는 첫 단추를 끼웠으며, 중국 쪽과도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의 제작을 계약했다. 여기에 김 감독이 밝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영화” 한 편까지 총 3개 작품을 준비 중이다.

개봉, 말 그대로 뚜껑이 열려 봐야 알겠지만 이미 맛보기를 통해 덱스터필름의 실력을 확인한 미국, 중국과의 계약 소식은 <미스터 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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